[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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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3. 03:30

   진희는 커피 한잔이라도 교양있게 음미하는 스타일이다.
소파에 앉아서 다리를 꼬았고.
그녀가 찾아서 챙긴 찻잔 받침에다 거의 소리 안 나게 놓았다 들었다 한다든지.
커피를 마실 때 호로록 소리도 안 나게.
그것도 블랰으로. 그리고 잔을 코 앞에서 살살 돌리기도 한다. 아로마 향을 음미하듯.
운진은 평소 후딱후딱 마시던 습관을 억제했다.
그도 진희를 흉내내어 천천히 음미하는 척.
맞어! 어쩌다 몸이 헤프다는 손가락질을 받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알아주는 음대를 나왔잖아.
게다가 못 치는 음악이 없고.
소위 개방된 여인인가.
그렇지만 아냐 하고 그는 고개를 젓는다. 이젠 내 사촌동생하고 연관이 생긴 여잔데...
   진희가 창 쪽을 자세히 보더니 찻잔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운진은 왜 그러나 하고 그도 창 쪽을 봤다.
그녀가 집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창으로 다가갔다. "눈 온다! 눈 와!"
   "어, 정말요?"
   운진도 그 창으로 다가갔다. "오늘 눈 온단 말 없었는데?"
그 새 눈발이 제법 흩날리고 있다. 
   "얼른 가보셔야겠네요."
   "나더러 가라구."
   "눈 오는데 미끄러워지기 전에."
   "영진이가... 눈 온 날 여기서 보낸 걸 늘 얘기했어."
   "여자들은 친구한테 그런 얘기도 하나?" 운진은 언제요 하려다가 그렇게 달리 말했다.
   "왜? 영진이가 말 안 한 비밀이라도?"
   "아니. 그런 건 없었어요."
   "거짓말."
   "흐흐흐. 여기 없으니 증명도 못하겠고."
   "영진이 보고 싶다."
   진희가 창을 향해 섰다. "영진이는 눈을 참 좋아했는데."
   "..."
운진은 하마터면 영진과 역사가 이루어질 뻔 했던 때를 생각한다. 그 때 영진의 차가 미끄러져서 가드 레일을 받고... 
그러나 그녀의 가족에게 기분 나쁜 대우를 받았다.
   "참! 미쓰 킴 차를 고쳤나 보죠? 못 고칠 줄 알았는데."
   "응?"
   "미쓰 킴 차가 집 앞에 세워져 있는 걸 보셨대매."
   "응?"
   "그래도 어떻게 잘 고쳤네."
   "그냥 세워져 있던데..."
운진은 진희의 머리를 가만히 본다. 
   어떤 게 맞는 거야. 그 때 차가 토우 추렄에서 이탈해서 완전 박살났다고 했는데. 아닌가?
운진의 눈이 결국 진희의 발달한 둔부를 엿본다. 병선이랑 잤든말든 확?...
진희가 손가락으로 스웨터 목을 늘이고 그 안의 목걸이를 만졌다. "이거, 왜 여기서 나왔는지 궁금해?"
   "여길 왔다가 흘린?"
   "그랬... 으니까 여기서 나왔겠지?"
   "여기 언제 왔을 때 빠뜨린 거요?"
진희의 얼굴 표정이 묘해지며 미소도 띄웠다. "모르는구나?"
   "뭘요?"
   "정말 몰라? 아니면, 내숭이야? 하긴..." 
운진은 선 채로 앞을 그냥 멍청히 바라다 봤다. "전혀 모르겠는데요?"
   "그래, 하긴..." 진희가 운진에게 가까이 하고는 두 팔로 그의 허리를 감았다.
   "지니씨, 한 가지만 물어봐도 돼요?"
   "운진씨 사촌... 플로리다... 나한테 손찌검 하고 피신한 거야. 질투심에..."
   "우리, 여기서 뭐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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