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눈만 오면 밀리는 뉴 욬 애브뉴에 또 묶였다.
차들이 꼼짝을 않는 것이다.
이번에는 서 있는 곳이 어중간해서 유-턴해서 은행으로 돌아가지도 못 한다.
코 앞에 있는 신호등은 저 혼자서 파란불 노란불 빨간불로 바뀐다.
그리고 또 파란불. 그러나 차들은 움직일 줄을 모른다.
사거리는 주차장이 되어버렸다.
눈은 가늘어졌다가 굵어졌다가 하면서 줄기차게 내린다.
입춘이 엊그젠데.
숙희는 무료하게 차 래디오의 시계를 봤다. 벌써 세시야.
그 날 숙희는 속이 안 좋아서 점심을 건너뛰었다.
그녀는 이제 슬슬 배가 고파져온다. 그런데 길은 뚫릴 줄을 모른다.
눈 뿐만 아니라 비만 와도 이 뉴 욬 에브뉴는 불통이다. 그 이유는 이 길이 꼬불꼬불거리며 가다가 메인 도로를 만나는데, 거기에는 신호등이 없고 살펴가라는 표시판만 세워져 있다.
어디서 오는 지는 몰라도 메인 도로를 지나는 차들이 시내인데도 마구 달린다.
그 마의 삼각지에서는 거의 매일 충돌사고가 난다고.
숙희는 음악 듣기를 별로로 해서 차의 래디오도 거의 틀지않는다.
눈은 이제 와이퍼가 밀어내는만큼만 유리에 구멍을 내주고 앞 후드에도 쌓이기 시작한다.
운진은 누이가 데릴러 오라고 해서 추렄을 몰고 나갔다.
그 샤핑 센터는 차들이 듬성듬성 있을 뿐이다.
"차가 이상 있어요?"
운진은 추렄에 오르는 누이에게 물었다. "타이어가 안 좋아요?"
그가 묻는 것은, 그렇다면 새 타이어로 갈자는 뜻이다. 아니.
제 돈으로 갈아주겠다는 뜻이다.
"아냐. 엄마한테 데려다 줘."
"오..."
"가자!"
운진은 더 이상 묻지않고 추렄을 출발시켰다.
그는 무슨 일일까 하고 추상하는 것도 하지않기로 했다. 누이의 차가 안 보였다.
그가 모친네 집 앞에 도착하니 그들의 모친이 눈 오고 추운 데도 문을 빼꼼히 열고 기다리다가 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모친이 아들더러 그냥 가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운진은 화원으로 돌아왔다.
화원 앞 길은 차가 한대 지나간 바퀴 자국 밖에 없다.
지니, 나 기다리다 갔나?
운진은 차 세 대 정도 세울 수 있는 건물 앞을 둘러봤다. 빨간색 스테이숀웨곤이 안 보였다.
그는 화원 앞문을 열려고 열쇠를 찾았다. 그리고 그는 전화벨 소리를 들었다.
누구야, 또!
그는 소리나게 중얼거리며 문을 천천히 열었다. 전화할 사람이 없는데.
그가 집 안으로 들어섰을 때는 벨소리가 사라진 후였다.
귀찮다, 인간들아!
운진은 새 전화기 앞을 지나쳐서 부엌으로 향했다. 전화를 확 끊어버리던가 해야지!
그 때 전화기가 삐익 하는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연이어 철커덕 하고 테이프가 돌아가기 시작하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가 끝끝내 붙들고 있으니 전화기가 앤서링으로 자동연결되는 것이다.
그는 아무 의식없이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는 냉장고에서 뭘 해먹을 만한 것을 찾았다.
오랫만에 엄마한테 맛있는 것 좀 해달라 할랬더니.
그는 두부부터 꺼냈다. 그래도 제일 만만한 게 두부하고 김치...
운진은 냉장고 앞에서 돌아섰다. 그의 눈이 전화기로 날아갔다.
네에. 여기 한국에서 김영진씨란 분이 국제전화를 신청하셨는데요. 콜렠투콜로? 그런데 아무도 안 받으시네요?
운진은 번개보다 빠르게 수화기를 나꿔챘다. "여보세요!"
그 때 방문이 열리려고 덜그럭 소리를 냈다.
운진은 또 한번 여보세요 하고 말하면서 문으로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