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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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3. 03:31

   "여보세요!"
운진은 진희더러 얼른 들어오고 문 닫으란 손짓을 하며 무례하든말든 소리질렀다.
   여기는 한국 전화 공삽니다. 오운진씨. 김영진씨로부터 콜렠투콜 받으시겠어요? 
   "어, 녜, 녜!"
   김영진씨. 오운진씨.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여보세요!" 운진은 무턱대고 소리부터 질렀다.
   김영진씨. 미국 연결됐습니다.
   "여보세요!" 운진은 계속 소리질렀다.
   연결됐습니다. 미국, 말씀하세요.
   "여보세요!" 운진은 온 집안이 떠나가라고 소리질렀다.
잠시 후 여자의 음성이 모기소리만 하게 나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영진씨?"
   여보세요...
   "녜! 내 말 들려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녜! 여기 미국이예요! 여보세요?"
   여...
꾸뤀!
   엉?
운진은 수화기를 들여다 보다가 귀에다 댔다가 했다. "여보세요!"
저쪽은 아무 소리가 없다.
한참 후 띠디디 하는 기계음이 나더니, 이프 유 라잌 투 메잌 어 콜, 플리이스 행 엎 앤드 다이얼 어겐 하는 여성음성 녹음이 나왔다.
   뭐야!
운진은 수화기를 천천히 걸었다. 한국에서 나한테 전화하는 모양인데, 왜 말을 안 해.
운진은 수화기를 내려서 스타 마크와 육십 구를 눌렀다.
그랬더니 띠디디 하고는 좀 전과 똑같은 녹음 안내가 나왔다. 
그는 수화기를 여러번에 걸쳐서 걸었다.
   "영진이?" 진희가 말했다.
   "녜. 엉." 운진은 소파에 가서 쓰러지듯 누웠다. 
   "근데, 여보세요만 하고 끊어?"
그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눈 때문인가?"
진희가 양 손에 든 봉다리를 부엌으로 가져갔다.
운진은 진희의 엉덩이 부근을 보다가 따라갔다. "뭐 사 온 건데요?"
   "오늘 하루 종일 암 것도 안 먹었어."
   "정말! 그래서 또 딴 일 찾아봐야겠네요?"
   "그래서 거기랑 얘기 좀 하려구."
진희가 봉다리에서 꺼내 놓는 것들은 음식할 재료들이었다.
운진은 그것들을 어떻게 만들 순서대로 이리저리 구분하기 시작했다. "나 이거 해 먹어도 집에 가서 또 먹어야 해요. 그래도 맛있게 만들어서 먹어야지!"
   "최후의 만찬이야?"

   숙희는 워싱톤 디 씨를 빠져나오긴 했는데, 집 동네로 가는 언덕길에서 또 막혔다.
저 멀리 집채만한 추렠터 추레일러가 도로를 대각선으로 가로막은 것이 보인다. 아마도 그 추레일러 때문에 양쪽 길이 다 막힌 모양이다.
숙희는 차의 개스 게이지를 봤다. 바늘이 탱크가 비었다고 불이 들어오기 직전에 가 닿아있다.
그녀는 이제 허기도 못느낀다. 다만 갈증만 난다.
   '내일도 이러면 어떻게 출근하지.'
   그녀는 차의 기어를 뉴추럴로 넣고 브레이크 밟는 발에 힘을 덜했다. 
앞의 어떤 차들은 아예 브레이크 불들이 꺼졌다.
그녀는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겨 올리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었다. 그녀는 어쨌거나 혼자 사는 아파트에 늦게 들어가는 구실거리가 생겨서 그걸로 위안 삼았다.
가뜩이나 쓸쓸한 계절에 텅 빈 아파트를 들어서는 것처럼 괴로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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