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아파트 주차장에 간신히 돌아와서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뭔가 붙잡아야 했다.
그 좁아터진 일제 차 안에 아마 일곱 여덟시간은 갇혀 있었나.
오금은 펴지지 않고, 허리는 끊어져 나가려고 하고, 게다가 오줌보는 터지려고 한다.
그녀는 아침에 날씨가 멀쩡할 때 신고 나간 하이힐이 눈에 빠지면서 자꾸 미끄러졌다. 이제는 차로 돌아가서 붙잡지도 못하고 인도로 올라서지도 못한다.
소변은 급한데...
그렇다고 눈도 내리고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서 처녀가 아무데서건 엉덩이를 훌러덩 까고 눈에다 소변을 볼 수도 없다.
그녀는 몸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차로 돌아가려고 몸을 돌려보려고 했다.
하이힐 하나가 뭐에 걸렸는지 벗겨지려한다.
눈만 아니면 확 벗어 버리고 달려 들어가겠건만.
그녀는 요도를 최대한 조이느라 온 몸에 쥐가 나고 눈물도 글썽인다.
만일 누가 그녀를 톡 건드리기만 해도 방광이 마치 댐이 물을 막을대로 막다가 포기하고 방출하듯 팬티를 한번에 눌러 벗기면서 좌악 쏟을 것 같다.
하나님은 왜 여자의 요도를 짧게 만드셨는지.
그녀는 드디어 입에서 안타까워 하는 신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진짜 그 자리에서라도 스커트를 확 올리고 팬티를 확 내리고 좌악!
"어, 뭐하세요?" 남자의 음성이, 그것도 한국말이 그녀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숙희는 머리만 돌려서 그 방향을 봤다.
하늘은 까만데, 눈에 여광이 반사되어 어렴풋이 웃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미스타 오!
"내 신이, 구두가 걸렸어요."
그녀는 그 말이 나 소변 좀 보게 해줘요로 말한 착각을 일으켰다. "도와주실래요?"
그가 눈 위를 저벅저벅 걸어왔다.
그가 수그리고 앉더니 그녀의 발 주위를 더듬었다. "제 어깨를 붙잡으시고, 하이힐을 일단 벗으세요."
"네?"
숙희는 그의 말대로 그의 점퍼에 손을 짚었다. "신을 벗어요?"
그런데 그가 그녀의 발목을 잡고 들었다. 자연히 구두가 눈 속에 묻혔다.
그가 구두를 이리저리 비틀어서 빼내고는 탁탁 털어서 아무 자국없는 눈 위에다 놓았다.
숙희는 그의 어깨를 짚은 손에 힘을 주며 발을 뻗어서 그 하이힐에 발을 넣었다.
그녀가 비틀거리지만 몸을 바로 세우니 그가 앞서서 눈 위에다 발자국을 쿡쿡 내는 것이다.
"그것 밟고 따라오세요."
그가 짧은 거리로 눈을 밟아 단단하게 만들었다. "하긴 직장생활 하자면..."
숙희는 그의 발자국을 몇개 따라가다가 아파트 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시멘트 계단이 앞에 나타나자 염체 불구하고 뛰어 올라섰다.
"고마워요!"
그녀는 뒤도 안 돌아보고 나머지 눈을 마구 밟으며 달렸다. 미안해요! 예의가 아닌 줄 알지만 제가 지금 엄청 급하답니다. 오해해도 죄송해요.
그녀는 그 말을 머릿속에서 외치며 아파트 건물 안으로 뛰어 들었다.
그녀는 제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백을 있는 힘을 다해 내팽개치고.
스커트의 호크부터 끌으며 화장실로 달렸다.
그녀는 화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가서 변기 뚜껑을 밀어젖히고, 스커트를 끌어 올림과 동시에 팬티를 사정없이 끌어내렸다.
소변은 엉덩이가 변기에 닿기도 전부터 좌악 나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물이 다 글썽거렸다.
진짜 큰일날 뻔 했네.
그녀는 그제서야 화장실 문이 안 닫혔고, 아침에 출근하면서 햇빛 좀 하루 종일 들어오라고 활짝 열어놓았던 커튼 때문에 바깥이 보이는 것을 알았다.
그 화장실 문은 그녀의 팔이 아무리 길어도 뻗친다고 닿을 거리는 아니었다.
운진은 내가 뭘 잘못했나 하고 그 자리에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발목을 잡은 게 실례인가?
하이힐이 사이드워크 틈새에 박힌 것 같아서 빼내주려고 신 벗으라 한건데.
그것 외에는 내가 뭐 어떻게 한 거 없는데.
그는 어렴풋이 어떤 여자가 화장실로 뛰어들어가며 옷을 막 벗은 것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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