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지도록 깨어나지 못한 흥섭은 마침 총무일을 마저 처리하려고 교회에 온 어떤 집사에게 발견되었다.
그 집사가 여러 차례 흔들며 일어나시요 정신 차리시요 여기가 어디라고 술 먹고 누웠소 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것이다.
흥섭은 목이 열배는 부어 올라서 말은 커녕 침도 못삼켰다.
그러니 당연히 누구한테 봉변을 당했다고 둘러대지도 못했다.
흥섭은 악마의 눈을 보았다고 여긴다. 허술하게 서 있는 자를 요리 차고 조리 때리고 했는데, 그 자가 느닷없이 눈에서 불이 번쩍하도록 뺨을 때리고는 목을 찾아 잡았다.
그 때 흥섭이 본 그 자의 눈은 어둠 속에서 인간의 눈이 아니었다.
일초나 봤을까, 흥섭은 그 다음을 모른다.
그는 집에 돌아가서도 말을 잃었다.
그의 아내가 무슨 일이냐고 경찰에 신고해야 안 쓰겠느냐고 난리를 피워도 그는 묵묵부답.
어차피 목이 퉁퉁 붓고 통증이 너무 심해서 움직이지도 못한다.
그는 침도 못 삼키고 혀로만 훌쩍훌쩍 넘기려다가 흘리곤 했다.
그는 물도 못 넘기고 그러니 음식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는 며칠을 끙끙거리면서 일 하던 봉제공장에서 파면통고도 받았다.
그의 아내가 교회에 가서 남편이 괴한에게 봉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총무 집사가 그 말을 듣고, 내가 발견한 때는 그 분이 땅에 누워 있었어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녀가 집에 가서 경찰에 신고하자고 난리를 피웠는데.
김흥섭이가 손짓으로 가만 있으라고 했다.
그는 지난 날 태권도 교관으로서 명성을 날렸던 것이 허무하게 다가왔다.
그는 자다가 기절하며 깨어난다.
꿈에 그 자의 눈이 나타나면 놀라 깬 후 온몸이 땀에 젖고 부들부들 떨린다.
그는 부인이 저주를 하든말든 두문불출이 되었다.
그의 부인이 근처 동양 그로서리에 일을 나가야 했다.
운진은 핑게 김에 교회와 또 발을 끊었다.
그에게는 교회란 곳이 모임의 장소가 아니라 귀찮음의 소굴이다.
그는 하루 종일 과수원 집에 가서 쓸어내고 딲았다. 과장되게 표현하면 집은 백년은 되었을까 온통 삐꺽거리고 창문들이 모두 주물로 된 통짜였다.
부엌에는 아직도 주물로 된 주전자 냄비들이 나왔다.
그들이 미처 못 챙겨 갔는지 아니면 안 쓸테니 버리고 갔는지.
게다가 이층 욕실의 욕조가 또한 주물 덩어리였다. 흔히들 토네이도가 불어올 때 안 날아가려면 욕조에 들어가 앉으라 하는, 그런 몇백 파운드 짜리 욕조.
부엌 한복판에 펌프가...
운진은 펌프질을 해서 물을 받아보며 웃었다.
그 외 집 일층 바닥 전체가 돌이다.
병선이가 와서 보고는 손을 못 댄다고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별채를 지어서 따로 살던가. 이런 건 건드리면 덧나, 성."
"왜?"
"보나마나 한군데 건드리면 죄다 건드려야 해."
"그럼, 여기를 사람들이 들어와 기다리는 빈 방으로 만들어 주라. 저기, 버지니아의 민속촌처럼 고풍이 풍기는 대기실 같이."
"그것도 좋지, 성! 사과 사러 와서 기다리는 동안..."
그리고 병선이가 갑자기 말을 낮게 했다. "성... 혹시... 교회에서 누구 혼낸 적 있어?"
"뭐어?"
"새로 나오기 시작한 남자라는데... 처음 봤을 때 성이랑 친교실에서 얘기하던... 그 치가 교회 파킹장에서 괴한들한테 봉변을 당해 벙어리가 됐대. 혹, 성인가 해서... 나만."
운진은 시선을 천천히 돌렸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다들 감 못 잡는데, 난..."
"입 조심해라?"
"그러게 형 여자한테 왜 엉겨. 죽고 싶으면 뭔 짓은 못해?"
사돈 남 말 한다고 운진은 병선을 꼬나봤다. 너도... "너 뭘 알고 하는 말이냐?"
"그치가 성 여자분한테 치근대는 걸 지니가 봤대."
"그랬대?"
운진은 진희의 입은 믿고 싶은데 정작 사촌동생새끼의 입을 뭇 믿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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