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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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8. 09:54

   운진과 숙희는 병선이가 화원에 왔다가 헛탕치고 간 것을 모르고 과수원에서 하루 종일 있다가 화원으로 돌아왔다.
주위는 그 새 어둑어둑해졌다.
둘이서 저녁을 먹으러 나가자고 하는데 이번에는 진희가 혼자 찾아왔다.
   혹시 두 분이 저희들 결혼식에 들러리 서 주실 수 있는가 하고.
   "와... 올해 시집 장가들 많이 간다." 운진이 한 말이다.
숙희는 운진을 이상하다는 듯이 봤다. "누가 또?"
   "그러니까요."
   "응?" 숙희는 설마 동생의 결혼을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했다.
진희가 두 사람의 대화식을 듣다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두 분이 처음 보면 안 그럴 거 같은데 은근히 웃기셔요."
   "와아! 운진씨더러 웃긴다고 하는 말, 첨 듣는다." 숙희도 웃었다.
진희가 연락하고 해서 네 사람은 먹는 데서 만나기로 했는데.
   같은 날 버지니아 산으로 단풍놀이를 떠난 청년회 팀은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어서 헤매다가 해질 무렵에야 아는 길을 찾았다고.
어디 길도 아닌 소도로로 빠졌다가 되돌아 나오고 시골시골로 헤매는 바람에 단풍구경은 커녕 점심들도 쫄쫄이 굶었다고.
운전을 황성렬이 했는데. 
주위에서 도로 사인판을 보고 이리로 저리로 말했건만 제 고집대로 길 잘 안다고 끝끝내 우기면서 밴 버스 안에 탄 이들을 불쾌하게 만들었다고.
인솔자인 전도사가 당회장님에게 말한다고 했고.
참관인으로 같이 탄 장로 한 분이 소위 탄핵을 제청하겠다고 호통을 쳤다고...

   운진은 병선이가 제 모친과 전화 통화하면서 듣고는 전한 그 뉴스에 별반 반응을 안 보였다.
세상 참 희한하네!
운진은 속으로 놀랬다. 다른 세상에서도 똑같이 그러더니...
   "펜실배니아에서 대학 다닐 때 알았던 친구를 소개할까 했는데, 말아야겠네?" 
숙희의 그 말에 운진이 고개를 저어 보였다. "괜히 평생 책망 들을 일 하지 마세요."
   "그러네."
   "그 친구가, 좀, 욱 하는 성질이 있어서... 바탕은 나쁜 사람이 아닐 텐데."
운진의 그 말에 병선이 나섰다. "뭘, 성! 먼저 오션 씨티에서 아침 먹을 때도 성한테 얼마나 깐족거렸어? 그건 두 분한테 질투 나서도 아니고, 그냥 심통이라구."
   "..."
다들 잠자코 있는데.
   "쌈도 결국엔 지면서 미스터 오한테 꼭 먼저 걸더니..." 진희가 덧붙였다.
숙희가 운진을 돌아다 봤다. "싸움?"
병선이는 사촌형에게 또 묻고 싶은 게 딱 한가지 있는데, 남들이 있어서 못한다. 아니.
먼저 사촌형이 잠자코 있으라 해서 잠자코 있기로 했다. "참, 성!"
   "으?"
   "성 학습 하고 세례 받을 때, 나도 하래."
   "너?"
   "목사님이 직접 심방 오셔서 할 수도 있대."
   "이런!"
   "청년회 회장을 바꾸려 하는데, 미스터 오, 세례자가 아니니까 후보가 안 되잖아요."
   진희가 아주 잘 안다는 듯이 말한다. "벌써 전부터 미스터 오 금요일 성경 공부에 나오라고 나오라고 전달하라 했는데, 미스터 오가 바쁘셔서."
   "목사님이 장로 한분을 대동하고 오셔서 문답하고. 참석인의 동의를 얻으면 된대, 성."
병선의 침 튀기는 열변에 운진은 시쿤둥하다. "그런 게 뭐 그리 중요하냐?"
   "성 안 나오기 시작하고. 청년회 흐지부지 되려 하고. 성가대도 반토막 나고. 막 그러니까 성가대 지휘자 선생님이 저기 버지니아의 통합 교회로 가셨잖아, 성."
   "얜 꼭 내 탓인 양 얘길 끌어가려 하네? 너 그럼 못썸마!"
   "사실이니까요!" 진희의 단정적인 말이다.
사촌동생에게는 신경질 부린 운진이 진희의 말에는 수그러들었다. "너나 하라니까?"
   "미스터 오가 움직여야 병선씨는 덤으로..." 진희가 강조했다.
그걸 숙희가 놓칠 리 없었다.
   역시 두 사람 사이에는 뭔가가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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