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16-1x151 가기로 정해져 있는 가을 소풍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8. 09:53

가기로 정해져 있는 가을 소풍

   교회 청년회의 가을 단풍 구경 겸 친목회가 전도사의 인솔로 떠나던 토요일.
운진은 교회 총무에게서 얻은 흥섭의 주소를 찾아갔다.
그는 소파에 꼿꼿이 앉았는데, 목에는 보호대를 붙였다.
그의 아내가 몹시 의심쩍은 눈초리로 운진을 살폈는데.
운진은 암말않고 다짜고짜로 흥섭의 목에 손을 대었다.
흥섭이 말을 못하고 두 팔을 앞으로 버둥거렸다.
운진은 그의 목 앞 기형적으로 튀어나온 부분을 손바닥으로 꾹꾹 눌렀다.
뚝 소리와 함께 흥섭의 목청이 억 하고 열렸다. 
   "에그머니나!"
   그의 아내가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누구시래요?"
운진은 뒤도 안 돌아보고 그 곳을 나왔다.

   숙희는 토요일이라 실컷 자고 일어났다.
실컷 자고 일어나니 오후 한시이다.
이제 화원은 안팎으로 조용하다.
그녀는 잠옷 바람으로 부엌에 들어섰다.
   응?
그녀는 식탁 위에 신문지로 덮혀진 것이 뭔가 하고 들췄다. 프렌치 토스트네?
   '어? 근데 운진씨는?'
그녀는 그제서야 집안을 둘러봤다. 이제는 화원이 끝났으니 안 오나?
그녀는 혼자라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무서워졌다.
그녀는 냉장고 문을 열다가 어떤 요란한 소리에 찌릿 놀랬다.
따르르릉!
허걱!
그녀는 부엌 벽에 붙은 전화기 벨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랬다.
그녀는 전화기 위에 붙은 콜러 아이디 기계를 들여다 봤다. 콜러스빌 오차드?
그녀는 수화기를 살며시 들어서 귀에다 댔다. "헬로?"
   "어이구, 일어나셨습니까아!"
   "어디야, 운진씨?"
   "과수원이요. 오실래요?"
그래서 숙희는 옷 갈아입고, 프렌치 토스트를 챙기고, 차를 몰고, 과수원으로 갔다.
   "나더러 이리로 오겠느냐구?" 말하는 숙희의 눈이 동그래졌다.
운진이 숙희더러 과수원 집으로 옮기겠느냐고 묻는 것이다.
   "싫어. 무서워. 화원보다 더 무서울 거 같애."
   "그래요, 그럼." 운진이 말하며 픽 웃었다.
숙희는 화원 안채도 무서운데 넓디넓은 과수원 집에 데려다 놓으면 죽을 것 같다. 
그래도 그녀는 완전 텅 빈 집안을 둘러봤다. "몇년 된 집이래?"
   "백년은 족히 안 넘었겠어요?"
   "우와아! 말로만 듣던..." 
숙희는 프렌치 토스트를 커피와 함께 다 해치웠다.
운진이 그녀에게서 쓰레기를 받아 치웠다.
   "그럼, 여기를 원래 계획대로 비지터스 에어리아(Visitor's Area)로 만들까요?"
   "비지터스 에어리아?"
   "과수원을 오면... 사과나 복숭아만 사는 게 아니니까..."
   "오오..."
   숙희는 그림이 그려진다. "좋겠다아! 좋은 생각이다?"
운진은 그럴 때면 수줍게 웃는다.
숙희는 그래서 싹 치워졌구나 하고 고개를 끄떡였다. "먼젓 사람들도 그런 생각을 했을 텐데, 하기 싫었나 보다, 그치?"
   "오래 했으니까 게을러졌겠죠."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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