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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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7. 08:05

   운진이 단풍 놀이를 안 가겠다는데.
김흥섭이가 전화 번호를 어디서 구했는지 화원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마침 숙희가 퇴근해서 있는 참이라 통화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네. 우리 운진씨가 안 가는데, 저만 갈 수가 없죠."
   그건 독재여, 독재. 아니, 한숙희 혼자 참여하면 누가 잡아먹남?
   "그런 뜻은 아닙니다."
   정 발이 없음 내가 데릴러 갈텡께, 가더라고.
   "아뇨."
   어허이! 명령에 불복종이네?
   "지금 그 말씀은 지나치신데요?"
   한번 선생과 제자는 영원한 선생과 제자여.
   "그만 끊겠습니다."
숙희가 수화기를 내려놨는데.
김흥섭이가 또 걸어왔고.
이번에는 운진이 대답했다. "안 간다는데, 왜 이리 끈질기슈?"
   아, 몇년 만에 선생과 제자가 만나서 반갑고오, 단풍 놀이 같이 가자는데, 잘못인감? 
   "이젠 임자가 있는 상황이니까 사양한다는데, 그만 하시지?"
   어허이! 한숙희한테는 내가 먼저 임자여. 자넨 나중이고.
   "이 자식 봐라?"
   운진은 화가 더블로 치솟았다. "너 나 좀 보자."
   그럴까?
   "교회 파킹장으로 나온나!"
숙희는 말릴 틈이 없었다.

   김흥섭은 요리 치고 조리 치고 하면서 살살 빠져 다녔다.
그러나 그가 요리 치고 조리 치고 한 것이 운진에게는 아무 충격이 안 갔다.
그러다가 운진이 공격했는데. 흥섭은 따귀 한 대에 목을 잡히고는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운진이 흥섭의 '아담의 사과'를 꽉 쥔 것이다. 그리고 운진이 팔을 꺾으며 흥섭을 들었다.
흥섭의 목에서 우둑우둑 소리가 나고, 그의 눈이 하얗게 까뒤집어졌다.
흥섭의 몸은 거적처럼 아스팔트 위에 떨어지며 얼굴을 깠다.
   "또 귀찮게 엉겨라. 목숨을 끊어주마!"
튓!
운진에게서 가래침이 흥섭의 얼굴에 튀었다. 
흥섭의 아무렇게나 자빠진 몸은 움직이지않았다.
운진은 그의 몸을 건너서 추렄을 향했다.
오 병장의 추렄이 교회 앞을 떠났고. 김 중위는 깨어날 줄 모른다.
   숙희는 아무렇지않게 들어서는 운진을 살펴봤다. "운진씨... 싸웠어?"
   "아뇨. 쌈 상대가 되어야 싸우죠."
   "그 김 중위, 앞에서 태권도 시범 보이던 수준인데..."
   "아, 그래요. 이젠 늙었나 보죠? 별로던데..."
운진은 되려 차분하게 말한다.
   "그냥 말만 하고 만 거지?"
   "뭐... 또 전화 오겠어요?"
숙희는 운진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가서 안았다.
운진이 숙희를 맞안았다.
숙희가 그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걱정하지 말아요. 바보 아닌 이상, 연락 안 올 겁니다."
   "걱정 안 해애! 그냥 난..."
   "..."
   "운진씨가 나 땜에 이 사람 저 사람하고 얽히는게 싫어."
   "그런 게 다 숙희씰 차지하기 위함이라면 감당해야죠."
숙희의 두 팔이 그의 허리를 더 힘 주어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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