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지기로 되어있는 사람들
오씨부인이 아들을 먼저 발견했다.
아들은 완전 시커먼 안경에 위는 소매없는 셔츠와 아래는 카키색 반바지로 입고.
여자는 역시 시커먼 안경에 밀짚 모자를 썼고. 그녀 역시 소매 없는 셔츠에 역시 카키색 반바지를 입고. 그리고 둘이 손을 잡은 채 보드워크를 천천히 걷는다.
오씨도 봤다. "쟤네들이 우릴 먼저 볼 때까지 모른 척 해."
"저 기집애가 아주... 완전히 찰거머리로 아예 양심이나 체면은 내다 버렸네!"
오씨부인이 남편의 손을 뿌리쳤다. "벌써 몸으로 호리는 거야? 지조도 없는 년!"
"요즘 애들 다 그래."
"뭘 요즘 애들이라고 다 그래! 안 그런 애들이 더 많은데."
"둘이 벌써 얼마째 사귀는데."
"십년을 사귀어 봐!... 다들 결혼 전에 몸 섞고 하나."
"둘이 잘 어울린다."
"흥! 바탕 없는 기집애니까, 우리 운진이가 사업 확장하는 거 보고 착 달라 붙은 거야."
"사람, 참!... 쟤네 둘은, 운진이가 큰처남한테 일 할 때부터 알았대. 운서 말이 둘이 그냥 만나지면 만나고 하다가 운서가 본격적으로 둘을 소개시켜서 발전했다잖아. 그리고 그러면 또 어때?"
"당신은 오씨 집안에 바탕도 없는 며느리가 들어오는 게 괜찮단 말이우?"
"그... 계몬가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게 무슨..."
"우리를 위해서 밝힌다잖아."
"그 계모한테 딸이 있는데, 운서 말이, 다리를 전대. 교통사고로 다쳐서."
"그런 거 하고, 우리한테 사실을 밝혀주는 거 하고, 상관없어요."
오씨 부부가 행여 앞 동료 들을까봐 한껏 목소리 죽여가며 다투는데.
오씨의 친구가 음료수를 쭉쭉 빨면서 주위를 구경하다가 손가락질을 했다. "저기! 어디 근사한 커플이 지나간다 했더니, 그 집 아들이네. 여자랑."
오씨나 오씨 부인이 만류하기에는 찰라가 모자랐다.
"어이! 여기 봐아! 어이!" 그 일행이 큰소리를 질러댔다.
숙희가 운진보다 먼저 걸음을 멈췄다.
오씨부인은 노골적으로 아들과 짝을 외면하는데.
운진과 숙희가 나란히 서서 어른들에게 인사했다.
숙희는 밀짚 모자를 벗어 들고 안경도 벗었다.
세 팀의 어른들의 시선이 일제히 숙희의 늘씬한 몸에 날아가서 달라붙었다.
"어디 있냐?" 오씨가 아들에게 물었다.
"H 호텔요."
"으응... 너희들도 내일 올라가니?"
"녜."
"그래. 계속... 가던 길... 가 봐라." 오씨가 부인을 본다.
숙희는 운진모를 향하며 몸이 굳는다. 그녀는 또 인사했다.
운진모가 숙희를 아래위로 훑어봤다. "얘가, 얘가? 운진이 말도 못 들었나?"
"..."
"운진이가 병선이더러 그랬잖아. 두번 인사는 죽은 사람한테나 하..."
오씨가 부인의 무릎을 툭 쳤다.
운진은 숙희의 손을 잡고 뒷걸음질 쳤다.
숙희는 한번 더 인사하고 돌아섰다.
어른들의 시선이 다시금 숙희의 늘씬한 몸매를 구경한다.
아저씨들 뿐만 아니라 아주머니들도.
서양 여자 같네.
뒷태가, 보니까, 애 잘 들어서게 생겼다. 골반이 좋아 보이잖아.
그 집 아들... 이, 원래 한국에서도 좀 날렸었잖아?
아유우, 누구는 조옿겠다. 저런 며느리 얻고.
둘이 걷는 모양도 또옥 닮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