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15-3x143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3. 03:33

   한씨네 구멍가게에 단골로 오는 손님 중 하나가 강아지 한마리를 선사했다. 
테리어도 한 핏줄, 치와와도 한 핏줄 섞인 잡종이라고. 그러니까 크기는 치와와 만하고 무늬는 테리어처럼 알록달록한 똥개 암놈이었다.
숙희는 웬일로 그 똥개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그녀는 철사를 엮여서 만든 개우리 소형을 사서 방에다 들여놨다. 개로 하여금 대소변을 따로 보도록 훈련시키는 구조로 고안된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방에 하루 종일 갇혀있던 그 개에게 물과 밥을 먹이고 집 앞길을 따라 한바퀴 도는 운동을 시작했다. 전에는 심한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라서 늘 늘씬했는데, 나이도 먹어가고 몸을 별로 안 움직이다 보니 배에 군살이 붙는 것 같아서 겸사겸사였다.
   그녀는 심지어 비 오는 오후도 뒤집어 쓰고 개를 걸렸다.
운진은 어느 쉬는 날, 외출했다가 돌아와서는 누가 화단을 무참히 밟고 지나간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자동차가 혹시 잘못 턴을 해서 그랬나 했다가 박과 자세히 살펴보고는 인간의 소행임을 알아냈다.
   "개를 한마리 키우지?" 박의 제안이었다.
그 말을 들은 병선이가 제 친구네에서 레보도어 리추리바 일년생을 가져다 주었다. 
걔네는 그 개 때문에 아파트에서 쫓겨나기 직전이라 포기하는 거라며.
그 개는 처음 며칠간을 눈치만 보다가 이내 운진의 손짓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운진은 노는 날이면 그 개를 추렄 뒤에 태우고 공원에 나가곤 했다. 
레보도어 종류는 계속 뜀박질을 시켜야 건강하고 꾀를 안 부린다고 했다. 
그 개는 평상시에는 화원 뒷뜰에 체인으로 길게 매여있고, 화원 문을 닫으면 펜스를 따라 돌도록 풀려졌다. 안에 들어와서 똥이라도 쌌다가 멋모르고 손님이 밟기라도 하면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것을 염려해서였다.
   "몸체가 커서 복날 잡으면 먹을 거 좀 있겠다." 
박이 그렇게 농을 했는데.
개가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박만 다가가면 흰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그 개는 병선이가 뭘 어떻게 하지도 않았는데 그에게도 흰 이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 개는 족보는 없지만 순종에 순종으로 섞인 지라 기억력이 뛰어난 모양이었다. 그리고 충성심이 강해서 아마도 운진만 주인으로 알고 따르는 모양이었다. 
   "난 널 이 형한테 데려다 준 사람이야, 이 똥개새끼야!"
병선이 그렇게 소리지르니 개가 펜스 안에서 길길이 뛰었다. 껑껑 짖으며.
   운진은 어쩌다 새벽에 조깅을 나가면 그 개를 같이 뛰게 했다.

   영란이 미스타 오란 남자를 찾는 구실로 접근을 시도한 이가 진희였다가 진희가 교회에 안 나오기 시작하니 포기했고. 
나중에 우연히 오운서란 이가 그의 누이란 것을 알고는 그녀에게 접근을 시도하는데.
운서는 최영란을 성탄절 특송 때부터 동생에게 좀 특이하게 군다고 여겼었던 차 게다가 그녀에게 딸 하나가 딸렸다는 소문을 듣고 그녀를 그리 탐탁치않게 여기던 중이었다.
영란이 운서에게 깎뜻이 인사하면.
운서는 그녀를 눈으로 휘둘러보며 아 네에 잘 지내죠 하고 건성으로 응수했다. 
그러나 운서는 남동생에게 최영란이란 여자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않았다. 왜.
운서는 남동생이 비록 짧았던 기간이었지만 마음을 두었던 여인이 한국으로 갑자기 증발한 것에 대해 분노하는 한편 그리워 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녀 또한 운진의 누이로서 기왕에 같은 값이면 영진이란 여자가 깨끗한 처녀임이 틀림없고 성격도 다소곳이 침착한 것 같아 속에 활화산을 품고 있는 남동생과 어떻게 잘 되었으면 하고 몹시 바랐던 때문이다.
그녀는 남동생이 일부러 일에 더 악착같이 매달리고 잡념을 떨구려고 더 힘들게 덤비는 것을 안쓰럽게 보면서 그래도 최영란이란 여자는 아니라고 단정짓는다.
혹 그 아파트의 미쓰 한은 어떨래나. 아니. 
그 두 사람은 서로 만나면 불꽃이 튈 것 같아. 
우리 운진이는 겉으로 내색하지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처음에는 실수를 많이 해.
미쓰 한이란 여자는 되려 운진이의 성격을 건드릴 것 같지?
미쓰 강은 성격이 탁 트인 것 같아서 운진이랑 어울릴 것 같은데, 소문에 좀 그래서...
   그나저나 둘이 자고 그런 거 아닌가?
운서는 설마 사촌끼리 한 여자를 놓고 그랬을까 하고 의심을 지웠다.
그런 운진과 진희는 서로 합방할 기회를 보는데.
엉뚱하게도 박이 끼어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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