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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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3. 03:34

   숙희는 나중에 온 공원을 헤매고 다니며 나중에는 바둑아 바둑아 하고 목이 쉬도록 불렀다.
날이 어두워져 가는 것으로 보아 저녁 여덟시는 되어가는 듯.
그녀는 허기지고 목이 말라 돌아가실 지경이었다.
이대로 가면 개를 버리고 가는 거잖아.
숙희는 혹시나 개가 기억하고 돌아와 있나 하고 차로 벌써 두번째 오는 길이다. 
개들이 색맹이라는데 제 주인의 하늘색 차를 기억할래나 하면서.
그녀는 차에 가면 일단 안에 들어앉아서 쉬자고 기운이 다 빠진 다리를 강제로 움직이게 하는데 어디서 귀에 익은 캥 소리가 들려왔다.
   "바둑아? 바둑아아!"
그녀는 사방을 둘러보며 개를 불렀다.
어디서 귀에 익은 캥캥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혹시 그 개가 내 차를 알아보고?
숙희가 지쳐버린 몸을 이끌고 주차장을 찾아오니 그녀의 차만 보이고 사방은 어둡다.
그런데 그녀의 귀에 익은 캥캥캥 소리가 아마도 그녀의 차인 듯한 방향에서 들려왔다.
   "바둑아?" 
그녀는 마지막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서 차로 다가갔다.
캥캥캥!
껑껑껑!
작은개와 큰개의 짖는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순간 숙희는 이상한 불길함에 우뚝 멈춰섰다. 어떤 큰 개가 우리 바둑이를?
그런데 그녀의 차로 보이는 차 옆에 누가 서 있다.
   "바둑아..." 
   숙희는 그 쪽으로 선뜻 다가가지 못한다. "바둑이니?"
그 때 남자의 음성이 날아왔다. "강아지의 이름이 바둑입니까?"
   "어머?" 숙희는 제 귀를 의심했다.
운진은 히죽 웃으며 바둑이의 개끈을 내밀었다.

   "그러면, 이십구번 도로가 벨트웨이를 지나자마자 샛길로 들어가는 곳에 미스타 오 하시는 화원이 있다는 거잖아요?"
   숙희는 운진이 공원 앞으로 지나가는 아이스크림 추렄에서 사 온 스트로베리 숕케잌 맛의 아이스크림과 오렌지 맛의 음료수를 번갈아 하며 물었다. "그 쪽으로 한번도 지나가 본 적은 없지만 대강 알 것 같아요. 아아, 그렇구나. 화원..."
   "가만! 미쓰 한 댁이 이 근처였던가..."
   "아뇨. 저의 집은..."
   숙희는 집 방향이 어디 쯤일까 어둠 속에서 두리번거리다가 멎었다. "안 가르쳐 줄래요."
   "하하하!"
   "오늘 여러 모로... 아니, 늘 신세만 끼치네요?"
   "오늘은 그 애지중지하시는 바둑이를 찾아 드린 셈인데..."
   "개들끼리 우연히 만난 거겠죠."
   "개들끼리라... 첨부터 나한테 달려온 거는 우연이 아닌데..."
   운진은 그렇게 뇌까리며 공원 입구로 접근하는 경찰차를 봤다. "우리 나가야 해요."
   "경찰 때문에요?"
   "해 지면 공원에서 나가야 하거든요."
   "어머, 그래요?"
두 사람은 잔디밭에서 얼른 일어섰다.
아니나 다를까. 
경찰차의 앞에 매달린 서치라이트가 켜지고 한번에 이쪽 방향을 비췄다.
운진은 두 팔을 위로 들어서 알았다 나간다 하는 신호를 보냈다.
그 경찰차는 서치라이트를 금방 끄고 방향을 틀었다.
운진이 개 두 마리의 개줄을 붙잡고.
숙희는 손에 들린 쓰레기를 버릴 데를 찾으며 두 사람은 그녀의 하늘색 혼다 차로 향해 갔다.
바둑이가 저 보다 열 배는 큰 레보도어 개한테 캥캥캥 짖어댔다.
그 큰개는 작은개가 앙칼지게 짖으니 큰 귀를 뒤로 젖히고 긴장하는 것 같았다.
거기서 두 사람은 인사를 크게 하고 헤어졌다.
   그 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서로를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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