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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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3. 03:44

   운진은 영진모에게 최대한 쌀쌀맞게 군다. 
아주 건방지고 거만하게 대하면서도 속으로는 걱정이 쌓이기 시작하고 화가 나기 시작한다.
영진이가 한국 할머니네 집에 나가 있었는데, 며칠 전에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우리 영진이가 여기는 틀링없이 연락을 했을 거야, 그치?" 
영진모가 벌써 얼마째 운진에게 얼토당토 되지도 않는 질문을 자꾸 하는 것이다.
운진은 영진을 다시 만날 경우를 생각해서 잘 대해주고 싶지만, 소금에 맞은 것만 생각하면 건물 옆에 산같이 쌓여있는 거름흙을 한삽 퍼서 뿌려주고 싶다.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오셨습니까?"
   "왜. 내가 못 올 덴가?"
   "누가 가르쳐 드리던가요?"
   "누가 가르쳐 줬으면!"
   "필요에 따라선 연락하지 마라. 그러다가 필요하면 연락하는, 그런, 이기주의자들."
   "뭣이 어쩌고 어째!"
   "나는 댁의 따님이 한국에 나간 것도 몰랐던 사람이고. 연락 받은 적도 없고. 그리고 여기를 찾아와서 뭘 알고 싶어하시는 지 전혀 이해를 못 하겠는데요?"
   "묻는 말에 대답만 해!"
   "그로서린지 캐리아웃을 하신다고요?"
   "그래서!"
   "장사 좀 신경써서 하셔 갖고 밥을 제대로 드셔야겠네요?"
   "뭣이 어쩌고 어째?"
   "말이 딱 반이시네?" 
   운진은 병선의 말투를 흉내냈다. "반토막 싸래기밥만 드셨나?"
   "뭣이 어쩌고 어째!"
그 때 운서가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 봤다. 
   "운진아!"
   운서가 나무라는 투로 동생을 불렀다. "어쨌거나 어른이신데."
   "흥! 어쨌거나 어른이신데?"
   영진모가 코웃음을 쳤다. "그 누이나 그 동생이나 싸가지가 매일반이군."
그의 누이가 동생에게 눈을 찔끔해 보였다.
어쨌거나 사람의 일이란 모르는 것이다. 지금은 서로 싫어서 안 좋은 말을 주고받지만 나중에 어느 하나가 땡깡을 부려서라도 그 집 딸과 어울리게 될 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대접 잘 해드려서 손해날 것 없다. 그리고 암만 싫어도 어른한테는 그러는 거 아냐." 
운서는 동생에게 그렇게 말하고 문을 닫았다.
   "힘든 걸음 하셨는데, 속 시원한 대답을 못 드려서 죄송하구요. 제가 나가봐야 합니다." 
운진은 손님한테 집 안을 또 맡기고 문을 향해 돌아섰다.
영진모가 운진의 뒤를 아래위로 훑어봤다. "만일 우리 영진이한테서 연락오면, 우리한테 알려줄 거지?"
   "여기로 연락이 오면이라... 글쎄요. 연락이 올까요?"
   운진은 한번 흥 하고 웃어주었다. "그럼, 저는 바빠서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

   운진은 영진모의 지나친 추궁에 화가 치미는데. 
병선이가 옛여자를 데리고 와서 인사 소개 시키려는데 그만 울화통이 터졌다. 
   "나 지금 좀 바쁘다, 응?" 그는 병선과 여자를 슥 지나쳤다.
뒷마당에서는 박이 거름흙 무너져 내리는 것을 삽으로 떠올리느라 땀을 쏟고 있다. "아니, 어디 갔었어, 씨발! 이게 자꾸 사람 다니는 데로 흘러 내려서 안으로 밟아 들인다고 누님이 뭐라 하시는데!"
운진은 암말않고 삽 또 하나를 거머쥐고 거름흙을 퍼 올리기 시작했다.
그의 삽질이 흙을 치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분풀이를 하는 것으로 박은 금방 눈치챘다.
두 사내는 마치 내기라도 하는 양 흙을 팍팍 퍼올렸다.
병선도 사촌형의 식식거리는 것을 보고 의아해 하다가 화원 안채에서 어떤 나이든 여인이 나오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오, 씻! 어쩐지 성 왜 화 났나 했더니."
그런데 병선의 옛애인이 영진모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어머! 안녕하세요?"
영진모가 이리저리 노려보며 오다가 우뚝 멈춰섰다. "누구!..."
   "저예요. 여긴 웬일이세요, 영진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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