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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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3. 03:44

   병선은 옛애인이 영진이 어머니와 어떻게 아는 사이냐고 물었을 때 사촌형만 봤다.
운진은 그 둘을 세워놓고 지나갔다.
   "영진이네... 한국에서 돈 해 먹고 왔는데..."
   "오옹..." 병선은 사촌형의 뒷모습을 봤다.
   "여기 쫓아온 사람 만나 갖고... 돈 떼먹은 거, 영진이, 한국에 어떤 남자랑 결혼해 주는 조건으로."
   "아앙?"
   "미국에 들어오게 해 주는 조건이라던가?"
운진은 듣기 싫다고 사촌동생과 여자를 쫓아보냈다.
   운진은 이틀 정도 지나서 영진모에 대해 화가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는 궁금해지기 시작하며 동시에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어디로 증발한 거야?
운진은 아닌 말로 한 군데가 의심스럽지만 일단 잠자코 있어 보기로 한다.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 오빠란 이도 나갔대매...
메모리얼 데이가 지나고 나서부터 화원은 본격적으로 바빠지기 시작했다.
운진은 화단 공사나 정리 의뢰가 들어오면 평소 알고 지내는 랜드스케이핑 회사를 알선해주었다. 물론 화단 공사에 들어가는 화초나 나무는 이 곳의 것을 사는 조건으로.
그렇다고 그들의 공사 대금에서 일부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물건만 팔면 그만이니까. 
   "그런데, 전혀 그렇게 안 생긴 사람이 이런 일은 언제 배워서 한대?" 박이 종종 놀리는 말이다.
그러면 운진은 난 뭐 하게 생겼는데 하고 응수한다.
   "저, 어디, 시골에서 면사무소 서기나 섬마을 총각선생이나 하게 생겼지."
   "그래? 고맙군."
   "타고난 샌님 스타일. 책이나 들여다 보는."
그러면 운서가 웃는다.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말이네?"
   "안 그래요, 누님? 툭 하면 삐치고."
   "그러게 말일쎄."
그러면 운진은 그냥 식 웃거나 고개를 젓고 만다.

   어디서 구했는지 히스패닠 계통의 남녀 여러 명이 낡은 스테이숀웨곤에서 내렸다.
운진이나 누구나 스패니시 말을 모르니 천상 그 무리 중에서 브로큰 잉글리시를 구사하는 남자와 흥정을 해야 했다. 어쨌거나 손짓 발짓으로 통과되어 그 사람들은 화원 뒤의 넓고 넓은 벌판을 일구기 시작했다. 
그들은 연장도 별로 없으면서 희한하게 밭을 잘 일구어 나갔다.
호스를 있는 대로 연결해서 여자가 붙잡고. 
다른 이들은 펜실배니아 농장에서 온 오이 모종을 두 명이 맞잡고 군데군데다 놓고. 
그리고 그들은 신속한 동작으로 심어나갔다.
   "이제 모종을 해서 언제 오이가 나오냐? 너무 늦은 거 아냐?" 박이 운진에게 말했다.
   "여름에 왕창 내야지. 중간중간에 나오는 건 여기서 그냥 낱개로 팔고. 여름 쯤 한국 신문에 광고 내서 접에 얼마씩 그렇게."
   "오오..."
   "젊을 때 부지런히 벌자구."
   "장가는 안 가냐?"
   "장가?"
   운진은 영진 그녀가 앉았었던 원두막을 바라다 본다. "때가 되면 가겠지..."
   "그 정도 인물에. 학식에. 능력에. 그런데 여자가 왜... 안 끼나 몰라."
   "글쎄말이네. 뭐가 모자라나부지."
그 날 해질 무렵 일단의 히스패닠 일꾼들은 일을 완전히 마쳤다.
운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만일 둘이 덤볐거나 한국 사람들을 썼으면 하루에 반의 반이나 했을까.
운진은 인솔자에게 돈을 지불하며 가을에 일손이 필요하면 또 연락하자고 악수를 굳게 하고 헤어졌다. 
   "진짜 일들 잘 하네." 
그는 모종이 끝난 오이밭을 대견스럽게 돌아봤다. 
이제 그 외 호박이나 상추 같은 것은 틈틈히 해도 된다.
그는 웬지 원두막에서 눈길이 떨어지지않았다.
   그런데 그 원두막에 한숙희가 앉아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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