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은 숙희와 혼다 차에 남고 박이 집 동네에 다녀 오기로 했다.
숙희는 운진과 둘이만 남게 되자 비로소 울음을 터뜨렸다. "저, 죽는 줄 알았어요."
운진은 숙희가 등 뒤에 기대어 우는 것을 묘한 기분으로 받았다.
일단은 운전하다가 졸아버린 추렠터 추레일러 운전자의 과실로 판정났다고.
그녀는 차선 하나를 비켜서 지나가려 했고. 핔엎 추렄이 혼다 차를 추월하면서 그 추레일러에 바짝 붙었다가 받히면서 튕겨나오는 바람에 숙희의 차를 길 가 도랑으로 빠지게 한 것으로 분석되었다고.
그 추렄은 추렠터 추레일러 앞으로 도로 들어갔고. 밀리면서 몇 바퀴 굴렀다고.
숙희의 찌그러진 차를 일단 그녀의 면허증 주소인 고모네로 끌어가기로 했다.
숙희는 운진에게 위로를 받고 놀란 가슴이 풀린 다음에야 오른쪽 다리가 아픔을 호소했다.
구급차들은 부상자들을 싣고 모두 떠난 후였다.
운진은 혼다 차의 해치뱈 문을 열고 숙희를 일단 앉혔다. 그는 그녀의 양해를 구하고 그녀의 다리를 발목부터 차근차근 주무르며 아프냐고 물었다.
숙희는 무릎을 지난 허벅지에서 아프다고 비명을 질렀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프다고.
운진은 설마 뼈를 다친 것은 아니겠지 하며 눈을 지그시 감고 그녀의 다리를 만졌다.
숙희는 그의 손을 경계하듯 아니면 행여 더 위로 올라올까봐인듯 밀어내듯 했다.
"다행히 뼈는 아니고 타박상 같아요." 운진은 숙희의 탱탱한 허벅지를 겉에서 자세히 본 것이다.
"그래요?"
그런데 두 사람은 혼다 차에서 움직여야 했다.
토우 추렄들은 여기저기 흩어진 차들부터 길 가로 죄다 끌어냈다. 그제서야 장시간 떼로 몰려있던 차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숙희의 차는 맨 마지막에 들려졌다.
오후 네시쯤 되어 운진은 펜실배니아 주립 경찰로부터 돌아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아마 좋은 변호사를 선정해야 할 거라는 경찰의 귀띔이 있었다.
박이 돌아올 때는 진희가 빨강색 스테이숀 웨곤을 몰고 왔다.
"화원 주말이라 바빠서 난리다. 삼촌 핏대 이빠이 나 갖고 유(you)나 나나 모가지랜다."
운진은 진희가 온 경위를 따지기 전에 일단 철용의 기지를 치하하고, 길 가에 다리 뻗고 앉은 숙희를 부축해 일으켰다. 그는 또 본의 아니게 숙희의 가슴을 뒤에서 안고 일으켜 세워야 했다.
진희의 스테이숀웨곤 뒷좌석 반을 앞으로 눕히고, 숙희는 뻗정다리를 펴고 길게 앉았다.
박이 운전하겠다는 것을 운진이 막았다.
그래도 그 스테이숀웨곤을 늘 몰고 다닌 지니씨가 낫다고.
"다행히 미스타 오께서 제가 사고난 근처를 지나가셨네요?"
숙희의 그 말에 답변하는 이가 없다. 아니.
두 놈들 중 어느 하나 답변할 수가 없다. 오와 박은 서로를 흘끔 보기만 했을 뿐이다.
진희가 박을 자꾸 봤다.
어디로 먼저 가느냐 의논이 분분한 끝에 숙희를 먼저 내려주기로 했다.
철용이 숙희에게서 받은 집 열쇠로 문을 땄다.
진희가 숙희의 부탁으로 방 안에 든 개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주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신세는 잊지않을께요."
숙희는 그저 머리만 굽신거렸다. "하늘이 도우신 거 같아요."
"우리 같은 무신론자들을..." 박의 그 말은 오가 손짓하므로써 무산되었다.
운진이 박과 진희더러 얼른 가자고 재촉했다. "힘드실텐데 쉬셔야지."
"고마와요, 미스타 오."
"녜. 나중에 밥이나 주세요."
"또요?"
숙희는 어이없어 깔깔깔 웃었다. "계속 밥 달라시네."
"총각이 처녀더러 밥 달라 할 때는 다른 뜻이 있는 거예요."
박이 그렇게 말했다. "밥 달라는 게 이번에 처음이 아닌가 보죠?"
"네?" 숙희의 얼굴이 빨개졌다.
운진이 박을 밀어내듯 하며 나갔다.
진희가 잘 있으라고 손을 흔들어 보이고 문을 닫았다.
숙희는 혼자 남아 기분이 묘했다.
밥 달라는 말에 다른 뜻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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