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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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4. 07:48

   숙희는 약혼자가 이미 있다는 것에 스스로를 최면 건다.
누가 물으면 그의 나이도 말하고 어떻게 지냈었나도 말한다. 
물론 그 창조의 대상은 미스타 오란 남자이다. 그의 나이를 대충 짐작해서 말했고, 그가 한때 벤더했었던 기억을 확대해서 비지네스 맨으로 꾸몄다. 
그러다 보니 차차 그녀는 정말 든든한 남자 하나를 기다리는 여인이 되어가는 착각...
늘 속으로 대화하고 정말 만나게 되면 어떻게 하리라고 시나리오를 쓰고 고친다.
그러다가 아주 가끔 자신을 나무란다.
상상만 하면 뭐 하니 부딪쳐 볼 생각도 안 하면서 하고.
그러면 변명한다. 용기가 안 난다고.
감히 찾아갔다가 무안만 당하면 어쩌나 하고. 

   숙희는 최대한 용기를 내어 그 샤핑 센터로 갔다.
우선 양품점에 살짝 들어가서 둘러보니 아는 그 여자가 안 보인다. 그래서 그녀는 양품점을 나와서는 부친이 하다가 털고 나온 앜세사리 가게를 꼬나봤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녀는 천근 같은 돌에 묶인 것처럼 발이 안 떨어지는데 자신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면 진짜 바보다! 누님이란 분이 날 알아보실텐데...
그녀는 그 앜세사리 가게를 척 들어서며 무턱대고 인사부터 했다.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여인네가 상냥하게 맞았다.
숙희는 마치 누굴 찾다가 아닌 것에 놀라는 그런 동작을 취했다. "어머..."
   "뭐 찾으세요? 아님, 누굴 찾으세요?"
   "여기... 일하시는... 언니."
   "언니요?" 
   그 여자가 안쪽을 기웃거린다. "누굴 말하지? 여긴 나 밖에 없는데."
   "여기... 일하셨는데... 그만 두셨나요?"
   "아아. 오 언니를 말하시나보다."
   "네! 오 언니요."
   "그 언니 여기 그만 두고 남동생네 꽃집 도와주러 가셨는데."
   "아, 네에..."
숙희는 일단 안심이 된다. 그 언니를 만났으면 부끄러울 뻔 했는데.
   "전화번호 같은 게 남았으면 갈쳐 드릴텐데. 아마 없을 건데..."
   "저, 혹시, 그 분 어느 교회 나가시는지 아시면..."
   "메릴랜드 장로 교회요. 거기 성가대 하잖아요."
   "어디에 있는 거죠? 장로 교회가 하도 많아서."
   "저기 삼십 오가요."
   "아..." 
   숙희는 고개를 크게 끄떡였다. "네, 잘 알았습니다. 수고하세요."
숙희가 돌아서는데 카운터의 여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이다.
숙희는 이제 그 언니를, 아니, 꽃집 남자를 찾아가 볼 핑겟거리가 생겼다.
언니 소식이 그냥 궁금해서 알아봤고 꽃집에서 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그런데 꽃집을 어떻게 알고 찾아왔느냐고 물으면...
꽃집의 대강 위치는 남자가 가르쳐 준 것이지 그 언니가 가르쳐 준 것이 아니다.
   숙희는 차의 속력이 저절로 줄어드는 것을 알았다.
그러다가 그녀는 차의 속력을 다시 올렸다.
언니가 그냥 궁금해서 악세사리 가게에 갔더니 남동생네 꽃집으로...
숙희는 그럴싸한 이유가 이끌어져서 기쁜 마음으로 개스 페달을 밟았다. 
   언니 보고 미스타 오 보고. 하하하. 뭐여. 아닌 말로 님도 보고 뽕도 따고?
한숙희. 너 미쳤구나. 너 왜 이래.
나도 몰라. 이젠 남자가 필요한 것 같아서...
나의 울타리가 되어줄 남자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서...
그러다 나 좋다 하면서 데려다가 밥 먹여줄 남자면 더 좋겠고.
그냥 그 집에서 나오게만 해 줄 남자면 평생을 걸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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