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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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4. 07:56

   숙희는 걷는데 아직 불편해서 절룩거린다. 
그래서 둘은 얼마 걷지않고 길 가에 만들어진 공중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았다.
비탈진 아래에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 올라왔다.
숙희는 앞을 똑바로 보며 머리칼을 자꾸 잡았다.
운진은 그녀에게서 풍기는 약한 로숀 냄새를 맡는다. 
   화장이나 향수를 안 쓰는 여인.
숙희는 바람이 멎을 때마다 그에게서 남자 콜롱 냄새를 맡는다.
   그냥 개 데리고 바람 쐬러 나온 게 아닌 모양.
딩딩딩~
이 철 늦은 때에 언덕 아래에서 아이스크림 차가 올라왔다.
운진은 그 추렄에다 손짓을 했다.
그 아이스크림 추렄이 서고. 
운진은 또 아이스크림과 오렌지 소다를 샀다.
숙희는 고맙다는 뜻으로 고개를 크게 굽신하고 아이스크림과 소다병을 받았다. "번번히..."
   "잘 받아놓으세요. 나중에 한꺼번에 갚으시라고 할 거니까."
   "이런 아이스크림, 멤버쉽 하는 클럽 하우스에 가면 한 밬스에 얼마 안 해요."
   "그렇게만 생각하고 계세요."
   "겁 안 나는데요."
   "녜에, 녜!"
큰 개는 주인 곁에 앉아서 지나가는 차들을 열심히 본다.
   "근데, 화원은 가을에 더 바쁜 거 아닌가요?"
   "삼춘이, 제 삼춘이지만, 좀, 게을러요. 늦게 묵은 오이 무 다 뽑아서 팔고 돈이 좀 생기니까, 꾀도 나는지 올해는 포인세티아를 안 한다네요."
   "그럼, 지금, 화원 닫았어요?"
   "그냥 국화 남은 자투래기 떠리로 파나..."
   "그럼, 두 분 화원 일 손 떼신 거예요?"
   "박은 뉴 욬으로 갔고요..."
   "아, 그 남자분, 뉴 욬 갔어요?"
   "녜."
   "그 때 도와주신 거, 아직 고맙다는 인사도 못 드렸는데. 오해... 하셨겠죠?"
   "여기서 사귄 친구지만, 그런 거에 연연해 하는 친구는 아닌 것 같아요."
   "말도 이상하게... 재미있게 하시던데."
   "제가 미쓰 한더러 밥 달라 한 거에 대해서요?"
   "네."
   "그거... 아직 안 갚으셨죠? 아하! 미쓰 한을 또 찾아올 구실거리 생겼다."
   "밥은 쌀로 하는 거 아닌가요?"
   "맞죠."
   "뭐, 쉽네. 쌀 씻어 앉혀서 밥하면..."
   "그러니까요."
   "..."
숙희는 이제서야 바로 옆에 앉은 오운진이란 남자를 찬찬히 살펴봤다. 말과 분위기로 사람을 은근히 끄는 매력이 있네? 
   정말 꾼인 것 같으니 조심해야겠다! "그럼, 뭐 하실 건데요?"
   "저도 어디 딴 데 취직하려구요." 
   "삼춘네 화원 일은 손 떼시려구요?"
   "어차피 봄까지는 휴업이니까요."
   "아, 그렇지."
   "미쓰 한은 다리 다 낳으시면 일자리 구해보셔야죠?"
   "그래야죠."
   "미리 안 것은 절대 아니겠지만, 아파트 나오시기 잘 하셨네요. 아니었으면, 이럴 때."
   "그러니까요.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숙희는 갑자기 운서언니가 궁금하다. "누님, 아니, 언니는 아직 거기... 사세요?"  
   "녜!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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