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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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4. 07:55

   다시 초가을로 접어들며 화원은 국화가 한창 팔린다.
화원 뒷뜰에는 봄에 왔었던 히스패닠들이 일렬로 줄 서서 늦오이를 거두고 있다. 그리고 한입 건너 두입으로 전해진 무 호박 채소 농사 소문이 퍼져서 연일 한인들이 차로 온다.
방문자들 손으로 뽑아서 푸대나 상자에 담아오면 박과 운진과 삼촌은 무게를 달아 값을 부르고 사람들은 차가 주저앉을 정도로 실어담아 간다.
   "오이는 얼마에요!" 누가 소리친다.
   "한접에 삼십불이요!" 박이 맞받아친다.
   "반은 안 팔아요?"
   "두 분이 나누세요!"
밤이 깜깜해질 때까지 사람들은 쉬지않고 들어오고 나갔다.
어디서 대형 추렄이 와서는 오이를 백 밬스 이상 실었다.
그제서야 사람들이 오이 달라고 덤벼들었다. 저게 디 씨(Washington D. C.)의 플로리다 야채 시장으로 가면 한 접에 사십불은 넘는다는 귀띔 때문에.
추렄 또 한대가 와서는 뒷뜰에 여기저기 쌓인 오이 밬스들을 몽땅 실었다.
   "왜 개인한테 안 팔고 저리다 다 넘겨요!" 사람들이 항의했다.
   "저 이들이 내 조카랑 봄에 이미 계약했대요. 여기서 나는 오이 다 회수해 가기로." 
   삼촌은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저희도 저렇게 넘기면 손해예요." 
화원은 이제 쓰레기만 남은 황량한 벌판으로 변했다.
그의 삼촌은 올해는 포인세티아를 다루지 않겠다고 했다.
   "그럼, 저는 긴 휴가를 받네요."
   운진은 박더러 한잔 하러 가자고 손짓했다. "어쨌거나 전화번호는 아시죠, 삼춘?"
박은 오와 술을 하면서 뉴 욬으로 간다고 했다.
메릴랜드는 재미 없고 보링(지루)하다고. 
   "진희씨가... 원래는 오를 좋아하는데. 무슨 이유인 지는 몰라도 확 진전을 못 하네."
박의 그 말에 운진은 그냥 넘어갔다.
   병선이가 여름 내 바빠서 정신없지, 이제 찬바람 불고 여유를 가지면 지니를 또 찾을 텐데. 그 전에 박이 뉴 욬으로 가는 것도 여러 사람한테 좋겠군. 
   지니가 박하고 어디까지 진전했나는 내 볼 일이 아니고.

   운진은 개를 끌고 집을 나섰다.
그는 차도를 두 개 정도 건너서 제법 잘 꾸며진 집 동네로 들어섰다. 여기나 그가 사는 집 동네나 우편 번호는 같은데, 지어진 년돗수가 다르고 지어진 구조들이 달라서 서로들 차별을 둔다.
운진은 숙희네 집을 찾았다.
숙희는 마침 개를 줄에 매어 앞 마당에서 똥을 뉘이다가 어디서 큰 개의 껑 하는 소리를 듣고 귀에 몹시 익은 개짖음소리다 해서 머리를 들었다.
운진이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어머?" 
숙희는 우선 하고 있는 차림부터 봤다. 
집에서 노는 바람에 그냥 입는 긴소매 티셔츠에 추레이닝 바지 차림인데, 하필 이럴 때.
   "이젠 나와 계셔도 괜찮아요?" 그가 숙희의 앞에까지 가서 그녀의 다리를 살펴봤다.
숙희는 간편해진 보조대를 추레이닝 바지 안에 숨기고 있는 것이다.
   "네. 집에서 쉬니까... 금방 나았어요."
   "다행이네요."
   운진은 집 앞에 세워져 있는 하늘색의 혼다 차를 가리켰다. "차, 다 고쳐져서 왔네요?"
   "네."
둘은 개들을 내려다 봤다.
크고 작은 개 두 마리가 서로 코를 맞대고 있다. 운진의 개에 비하면 한 입거리도 안 될 숙희의 개가 연신 꼬리를 흔들고, 큰 개는 두 귀를 뒤로 한 채 긴장해 있다.  
둘은 개들이 사람 대신 키쓰한다고 여기고 있다.
   "참! 보험회사에서는... 나왔어요?"
   "변호사가 외국사람인데 참고 기다리라네요."
   "변호살 외국사람으로 쓰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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