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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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4. 07:56

   그래서 일요일 아침에 운서가 숙희를 태우러 왔다. 
운진이가 자세히 가르쳐 줬는데도 내가 길눈이 어두워서 한참 헤맸다고 하면서.
숙희는 아주 오랫만에 정장을 했다. 
대신 아래에는 스커트 대신 바지를 입었다. 무릎과 허벅지에 보조대 한 것을 감추려고.
숙희는 아직도 약간 절룩거리는데, 단화를 찾아 신었다.
그래도 숙희는 높은 구두를 신은 운서 보다 크다.
   "운진이가 웬일로 오늘 교회로 바로 간다고." 
   운서가 숙희의 궁금해 하는 것을 미리 말로 풀어주었다. "작년 성탄절 찬양 한 후로 교회에 발을 딱 끊더니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운진은 혹시나 병선이나 진희를 만날까 하고 본당과 아랫층을 부지런히 오르내리다가 최 장로에게 붙들렸다. 
   "서라구!"
   "안녕하십니까!"
   "가세!" 
   성가대장은 그를 무조건 잡아 끌었다. "마침 오늘 무슨 바람들이 불었는지 우리 큰애도 나왔네. 둘이 성가대 하라구."
그가 본당 들어가는 입구에서 엄마랑 얘기하고 섰는 큰딸의 팔도 움켜 잡았다.
성가대 연습실은 썰렁했다.
영아가 피아노 건반을 그냥 훑으며 있다가 아버지와 언니와 그리고 미스타 오 아저씨가 들어서자 반색을 하고 일어섰다.
   "안녕하세요!" 영아가 미스타 오 아저씨한테 크게 인사했다.
   "오, 인제 니가 반주하는구냐?"
   "예. 이제 저 잘해요."
   "오, 그래."
운진은 누이가 아직 안 왔나 하고 괜히 방 밖을 기웃거렸다.
그 때 마침 그의 누이가 숙희와 나란히 들어섰다.
운진은 숙희에게로 얼른 다가갔다. "오셨군요!'
   "안녕하세요." 숙희는 이제 미소로 그를 대한다.
   "성가대 하시려구요?"
   "언니가 그냥 이리로 오자 하셔서." 숙희는 그제서야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운서가 숙희더러 의자들 조심하라고 손짓하며 자리로 인도했다.
   "언니, 저 노래 못해요."
   "그 목소리면 됐어. 나도 하는데."
   "언니, 저 정말 노래 못해요."
   "다 따라 하게 되어있어."
   "언니, 저 정말."
   "일단 여기 들어오면 해야 돼."
   "어쩌나..."
   숙희는 운진을 돌아다봤다. "여기가 이런 덴 줄은 모르고 왔는데..."
운진이 숙희에게 성가대 악보를 건넸다. "저 같은 사람도 해요."
영아는 그들의 대화를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번갈이 지켜보는데.
영란의 심기가 몹시 불편해진다.
그런데 영란이 보기에 이 날 새로 나타난 여자가 미스타 오의 누이와 같이 등장한 데다가 두 사람의 대화가 처음 만난 사이가 아닌 듯 친근하다.
   "오, 그럼, 이제부터 메조 쏘프라노 멤버가 하나 더 생기는 거요?" 
   성가대장이 운서에게 물으면서 숙희에게 악수를 청했다. "반갑소이다!"
   "저, 저는 정말..." 
숙희는 상대가 어른이라 악수를 하면서도 당황한다.
이제 여러 대원들이 우루루 들어섰다.
   "성!"
   병선이가 진희랑 나란히 들어서며 소리쳤다. "어쩐지 거름 냄새가 나더라구?"
운진은 그냥 크 하고 웃었다. "자식!"
진희가 운진과 숙희를 번갈아 보는데 그녀만 알게 울상이 된 듯 했다.
   병선은 사촌형이 다른 여자와인 것 같아 진희에 대해 맘 놓아도 되나 보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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