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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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8. 10:04

   십일월 달력으로 접어들면서 1980년의 겨울은 빠르게 왔다.
그러니까 운진이 교회 밴 버스를 운전해서 버지나아 주의 스카이라인 드라이브의 단풍 구경을 하고 돌아온 바로 그 다음 주 기온은 낮 최상 기온이 화씨 50도를 맴돌았다.
숙희는 대기의 기온이 하강하면 마음도 덩달아 식어가곤 했다.
11월이면 미국은 한 해를 마무리 지으며 연거퍼 다가오는 홀리데이로 흥청거리기 시작한다.
숙희는 미국에 와서 5년 만에 처음으로 연말이 기대되었다.
   헥! 그렇지만 연말 연시에 부풀어서 날 우디에게 허락하는 그런 건 아니다?
숙희는 자연히 우디를 은근히 경계하기 시작한다. 날 이상하게 대하기만 해 봐!
어느 일요일날.
운서가 숙희를 태우러 왔다. 동생이 화원과 과수원에 일이 있어서 교회를 못 간다고 연락을 했다고. 
   "내가 지 화원에 일한다고 지 종처럼 부려먹는다?"
   "나쁜 사람이네요. 그러면 안되는데."
숙희는 딱히 밝힐 이유 없이 운서언니를 따라 교회에 간다는 것이 꺼려졌다. 황성렬의 흘끔흘끔 훔쳐보는 시선이 싫고, 무엇보다도 김 중위가...
그런데 운진이 숙희로서는 이해 못할 이상한 말을 했다. "숙희씨에게 어느 누구든 감히 접근하거나 부담되게 나오지 않을 겁니다."
그의 그 말을 누나인 운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는데.
숙희는 은근히 불쾌해서 발끈했다. 교회를 안 가겠다고.
운진이 열살 위인 누이를 물끄러미 보다가 숙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 누구이든 숙희씨를 건드린다거나 귀찮게 한다는 것은 저한테 도전하는 거거든요."
   "운진씨가 뭔데."
   "They know me. (그들은 나를 압니다.)" 운진의 영어 말은 간단하면서 힘이 들어갔다.
   "안다구?"
   숙희는 운진은 한참 살펴 보다가 운서의 차를 향했다. "자기가 무슨 깡팬가..."
어쨌든 두 여인은 따로 교회를 향해 떠났다.

   "우리 운진이 깡패나 양아치는 아냐."
   운서가 운전하면서 입을 열었다. "걔는, 말하자면, 보호본능이 강해."
   "..."
   "걔는 지가 지켜야 한다는 대상이 생기면... 아마 목숨도 걸 거야. 내 표현이 좀 심했는데. 교회에 잘 안 나오니까, 숙희는 모르지."
   "..." 숙희는 운서 언니에게 시선만 보내서 대꾸들을 대신한다.
   "미스타 황이란 청년이 운진이 사촌동생을 괴롭히니까, 혼내줬고. 얼마 전... 무슨 군대 교관 출신이란 남자를 혼내줬나 봐. 소문이 그래."
   "네?"
   "목을 부러뜨릴 정도로 혼내줬대나봐."
   김 중위님을... 
숙희는 설마 했다. 국군의 날 때면 맨 앞에 서서 태권도 시범 구령도 붙이던 분인데.

   숙희는 운서 언니 뒤에 붙어서 교회를 들어섰다.
   "하이, 엄마."
   운서가 모친을 그렇게 처리하고 숙희를 지나가게 했다. "엄마 아들은 일이 있대요."
여전도회 회장인 운서의 이모가 숙희에게 손인사를 보냈다.
숙희는 무조건 꾸뻑하고 인사했다.
   "우리 큰이모. 병선이 알지? 병선이 엄마." 운서가 비로소 소개하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숙희는 또 인사했다.
   "반가워." 병선모가 숙희의 손을 잡았다.
운진모는 아직 못마땅하지만 대세가 기울어지는 것 같아 참는다. 
하지만 숙희란 애를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탐은 난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무엇보다도 몸매가 장난 아닌 게 같은 여자가 보더라도 부럽다. 게다가 여자들 중에서 숙희보다 더 큰 여자가 하나도 없다.
   근데에!... 아이고, 모르겠다! 미친 놈...
정인은 행여 한가네 가족이 또 나타날까 해서 주위를 살폈다.
그 인간들이 교인들 다 듣게 떠벌리지만 않았어도 생각해 보겠건만...
그나저나 저 눔의 새끼는 저런 여자를 어떻게 감당하려구 저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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