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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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8. 10:03

   수키는 싫다 했는데도 주급 체크 외에 따로 나온 보너스 체크가 미워 죽는다.
그래서 그녀는 습관처럼 운진에게 전화를 해서 불평했는데.
   "그걸 숨긴다고, 숙희씨의 염려처럼 헛물 켠 하워드가 의심을 거둔다고는 생각지 않는데요?"
   운진의 말이다. "내가 숙희씨라면 상관않겠어요. 하워드가 보너스 나온 사실을 알 리도 없고 또 안다 해도 그걸로 문제 삼을 구실은 없겠는데요?"
   "하워드한테 신세진 걸로 따지면... 그쪽 손을 들어줄 수도 있었는데."
   "노."
   "..." 수키는 운진의 다음 말을 기다리며 수화기를 바꿔 쥐었다.
   "이글에서 숙희씨만 고집하는 이유가 뭐겠어요. 숙희씨가 지네들의 문젯점을 정확히 파악하니까, 그들이 현재 자금 고갈에 처해 있는 것을 숙희씨가 잘 안다고 믿으니까, 내가 보기에는 그 두 지사가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으로 큰 비용 안 들이고 이문을 남겨주는 데니까 팔아 달라 했겠죠."
   "..." 
   수키는 방 밖으로 동료가 지나가며 아는 체를 하는데 일부러 크게 답변을 했다. "돈. 그러니까 액수 문제였어, 응?"
   "하워드에게 팔리도록 했다면... 제 값을 받게 할 수 있었겠어요?"
   "..."
   수키는 역시 운진은 보통 남자가 아닌데 숨기고 산다고 새삼 확신한다. "화났어?"
   "숙희씨가 하워드를 자꾸 의식하는 게 싫습니다. 숙희씨가 하워드를 의식하면 할수록 그런 반응이 나한테는 질투로 돌아오는 게 아니라 보내주자는 결심을 갖게 하거든요."
   "나 오늘 조퇴할래!"
수키는 수화기를 부서지라고 내려 놓았다.
그리고 그녀는 새 상관에게 달려갔다.

   숙희는 쭈뼛쭈뼛하다가 운진의 목을 안았다.
운진은 목석처럼 뻣뻣하게 서 있다.
   "이거 하나는 알아 줘. 우디를 알고 난 후로는 나, 절대로 딴 남자한테 마음은 커녕 눈길도 안 돌려."
   "..."
   "그렇다고 우디를 알기 전에 다른 남자를 알았었다는 말도 아냐."
   "..."
   "나는 남자라면... 누구든 두려워 했기 때문에 절대로."
운진의 두 팔이 숙희의 허리를 둘렀다.
   "나를 사랑하면, 내 맘 좀 편하게 해주라." 
   숙희가 운진의 목을 더 힘주어 안으며 한 말이다. "나 점심도 못 먹었어."
꼴랑 밀가루를 물에 반죽하고. 멸치 국물에다가 파 썰어 넣고 감자 썰어 넣고 마늘 다져서 넣고 간장으로 간 맞춘 국물에 뚝뚝 떼어서 만든 수제비가 미국에서 먹으니 별미이다.
   "이거 어떻게 만드나, 종이에다 써서 줄래? 나도 만들어 보게."
   숙희가 수제비를 정신없이 먹으며 한 말이다. "어려서는 엄마랑 지긋지긋하게 먹어서 생각하기 조차 싫었었는데 오늘 먹어 보니 맛있네?"
   "쉬워요."
둘은 수제비를 끝낸 뒤 이 날도 과수원 집 옥상에 올라가서 저녁해를 구경한다.
숙희는 이런 행복이 제발 깨지지 말았으면 한다.
운진은 숙희를 진짜 비싼 여자로 만들어 줄 궁리를 한다. 
어려서 수제비를 지긋지긋하게 먹었다는 그녀를 충분히 꾸며주어서 뭇남자들이 함부로 넘나보지 못하도록.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운진 그가 부자가 되어야 하고 그래서 숙희를 최상의 부귀 위에 앉혀 놓으면 감히 뭇 남자들이 도전을 못할 것이다. 
   과수원이 일년에 벌어 들이는 표면 액수가 자그마치 밀리언 달라이니 웬만한 놈은 감히 명함을 못 내놓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수원 건물 공사를 서둘러야 한다.
원래는 과수원을 한 해 묵히려고 했는데, 비지터스 센터를 겨우내 마치고 봄에 바로 개장해야 한다. 
그래서 돈을 바로바로 벌어야 한다.
돈이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지만 여인을 아름답게 해 줄 수 있다.
즉 숙희는 화원에 기거하기 시작하면서 쳣째로 얼굴이 환하게 되살아났다.
그녀는 새 차를 살 만큼 벌기 시작했지만 아직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차는 비록 중고를 샀고 낡았지만 오일 교환이라든지 브레이크 점검등을 그가 철저히 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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