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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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9. 07:27

   숙희는 남 캐롤라이나 주를 또 내려가봐야 할 일에 운진을 대동했다.
운진이 당연히 운전을 맡았다.
   "아무래도 숙희씨, 이리로 이사하는 일이... 생기겠는데요?"
   "그건 아니지."
   "회사에서 부담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죠."
   "비용이야 이글에서 반 대고 우리 회사에서 반 대고 하는데. 그래서 내가 세이브 해주려고 운진씨를 동원시키는데?"
   "저야 덤으로 따라 다니는 거죠."
   "덤? 바보 덤(dumb)이야?" 숙희가 모처럼 만에 웃는다.
   "진짜. 그래서 덤이란 말이 생겨났나..."
운진이 모는 하늘색 혼다 승용차는 95번 고속도로를 능숙하게 누빈다.
그들은 북 캐롤라이나 주의 페잇츠빌 시에서 처음 정차했다.
전에의 그 식당을 찾은 것이다.
전의 그 여자가 이쪽을 기억하려고 애쓰며 주문을 받았다.
그 곳의 음식은 간판처럼 그리고 전처럼 '고향'의 맛 그대로였다.
두 사람이 돈을 치루고 나설 때 되어서야 그 여인이 기억했는지 제법 반갑게 인사했다.
   
   "여기는 아직 나뭇잎들이 붙어있네?"
숙희가 샬롯트 시에 들어서서 한 말이다.
   "근데 여기는 올 때마다 느끼지만 소나무들이 쭉쭉 뻗기만 했죠?"
   "그러네. 솔잎이 죄 꼭대기에만 있네?"
   "그래서 집 재목에 쓸 때 서던 파인(Southern Pine)은 잘 안 쓴대요."
   "왜?"
   "무르대요, 제 사촌동생 병선이 말이... 잘 휘고."
   "오오."
   "집 자재는 주로 캐나다산을 쓴대요. 추운 지방에서 자란 소나무는 단단해서."
   "오오."
둘은 전에 숙희가 묵었던 모텔에다 여장을 풀었다.
전에는 보쓰맨이랑 와서 방 두 개를 따로 얻었는데, 이번엔 혼자인 것도 있고 동행인이 운진인 고로 방 하나면 되었다.
   "봐. 내가 회사에다 얼마나 세이브 해주는지."
   "원래는 누가 따라 왔어야 하는 거 아니요?"
   "보조자... 근데, 뭐, 이번은 그냥 내가 그 동안 알아본 거를 브리핑만 해 주는 거니까."
   "누가 자료 같은 거를 챙겨줘야..."
   "나 혼자 다 해도 돼. 이젠 나도 달라졌거든."
숙희가 기운 있어 하는 제스처를 보이며 한 말이다.
그녀는 모텔 방 전화기로 이글에다가 도착했음을 알렸다.
   "내일 아침에 회의 시작하니까, 우리 나가자."
숙희가 운진의 팔을 꽉 안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의 볼에다 쪽 소리나게 입술을 대었다. "우리 착한 바둑이 밥 사줘야지."
   "하하하!"
숙희가 운진의 턱을 손으로 받쳤다. "바둑이. 헤이, 워리워리."
   "하하하!"
숙희는 그의 팔을 더 끌어안아서 가슴 한켠이 닿았다.
그랬더니 운진이 팔꿈치로 쿡쿡 치는 것이었다. 마치 치우라는 듯.
그제서야 숙희는 가슴의 감촉을 알고 몸을 떼었다. 이 남자 진짜 순진한 건가...
   "빨리 나가서 먹고 들어와야 푹 쉬죠."
   "으, 응. 아, 알았어."
운진은 이미 문 간에 가서 섰다.
숙희는 그제서야 무안해졌다. 
사실 여자들은 남을 껴안고 할 때 가슴이 먼저 닿는 것을 개의치 않는데. 
남자들은 무척 신경 씌이는 모양. 
사실 숙희는 쉴 때는 정장의 숨막힘을 잊고자 훌훌 벗어 던져서 간편하길 좋아하고. 
술이라도 들어가서 열이 나면 브래지어 같은 것도 빼서 던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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