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어려서부터 남장을 한 탓에 자신이 머스마인 줄 알았고.
가시나들이 고무줄 넘기를 할 때 구슬치기를 했고.
가시나들이 소꿉놀이를 할 때 병정놀이를 했고.
가시나들이 아빠 엄마의 손에 매달려서 깡총깡총 뛸 때, 그런 가시나들을 흉봤다. 아니.
그녀는 성별을 구분할 줄 아는 나이가 되면서 말문이 닫혔다.
하교길에 머스마들이 개천에 일렬로 서서 꼬추를 죽 내놓고 누가누가 제일 멀리까지 오줌을 싸나 내기를 했을 때 그녀에게는 그런 장식이 없음을 알았다.
그녀는 엄마처럼 요강에 궁둥이를 까고 앉아서 오줌을 누었고.
어쩌다 놀러와서 자는 상훈이는 요강 앞에 무뤂 꿇고서 바지를 훌떡 내리고는 조그맣고 하얀 꼬추를 손으로 쥐고 오줌을 눌 때 그녀는 아빠가 이상한 사람이란 것을 알았다...
그녀는 도서관에서 가슴 쿵당이며 대서한 백과사전 책에서 보고 남자의 성기가 여자의 성기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배우고는 저는 절대로 남자를 알지않겠다고 맹세했다.
어떻게 오줌 누는 장식을 여자의 몸 안에 넣는가. 더럽고 그리고 오줌냄새날 텐데.
학창 시절 그녀의 별명이 '얼음'이었다고.
"여자 별명에 얼음이 많죠?" 운진이 아무렇지 않게 한 말이다.
"운진씨 별명은 뭐였어?"
"똥-껄-래."
운진은 일부러 껄래라고 발음했다. "개."
"지어내긴!"
"차반... 동면."
"뭐어? 동면?"
"저는 수업시간마다 잤어요."
"몇수업인데 수업시간마다 자."
"그래도 숙제는 다 해 갔고 시험만 보면 점수가 나오니까..."
"하여튼 남자... 다 지났다고 만들어 내긴."
"흐흐흐."
그런데 운서가 숙희의 흉 보는 말에 덧붙여서 말해주는 것이다. "우리 엄마, 허구한날 학교에 불려 가셨어."
"네?"
"그래도 우리 집안이 워낙에 부자였고. 학교 재단에다 기부금을 많이 해서..."
"사립... 이었어요?"
"운진이가 그래도 머리는 있었어서 사립으로만 다녔지."
"공부는 저도 잘해서... 특채로 국립대학 들어갔는데..."
"그랬대매. 근데, 운진이 그런 거는 왜 물어보는데?"
"혹 미국 오고 나서 흔히 남들처럼 뻥인가 해서요."
"뻥?"
운서는 글쎄 하며 소리없이 웃었다. "걔가 뻥치는 애 같애?"
"아니예요?"
운서는 남동생이 숙희에게만은 그 성질을 죽이고, 아니, 감추고 사는가 보다고. "글쎄?"
"그럼, 똥뽐이라고 해요." 운진이 말했다.
"걔가 숙희를 좋아하긴 좋아해, 엄마. 그러니까 되도록이면 건드리지 말지?"
운서는 나중에 모친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 성질을 감추고 살잖아."
"그래도 어디... 출신도 배경도 모르는 앨."
"걔가, 나랑 이번에 헤어진 남자를 딱 한방에 기절시키는 걸 엄마가 봤어야 해."
"니가 늘 그러잖어... 운진인 살기가 있어서 함부로 손찌검 하면 안 된다고."
"운진이, 엄마 아들이고 내 동생이지만... 밖에 남자로 놓고 보면 한참 괜찮어."
"그런데 어디서 그런 기집애한테 홀렸냐구우!"
"운진이 걔가 마음을 연 거지, 엄마."
"그런 거야?"
김 집사의 입에서 한숨이 나온다. "하긴 그 기집애도 따로 놓고 보면 칭송이 자자하긴 해."
"그리고 둘이 잘 어울리잖아, 엄마."
"그러니 내가 이렇게 속상하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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