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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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9. 07:28

   운진은 이글 파이넨셜 본사 건물 정문 대기실에 앉아서 기다린다.
마침 벙어리 텔레비젼이 대기실 벽에 매달렸는데, 자막이 흘러가는 덕분에 화면에서 돌아가는 의미를 알 수는 있었다. 흔한 삼십분짜리 시트콤의 재방송이었다.
남자 배우들은 한결같이 장발이었다.
경비가 소리 없이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그가 간단한 통화를 마치고는 안에서 유리를 두드렸다.
운진은 고개만 돌려서 흑인 경비를 봤다.
   'She'll be out shortly for lunch break! (그녀가 점심 휴식으로 금방 나올 거요!)'
경비가 어차피 안 들리니 입술로 말했다.
운진은 알았다는 신호로 손을 들어 주었다.
   잠시 후, 숙희가 여러 남자들과 어울려서 대화하며 중문을 나섰다.
운진은 바로 일어나지않고 그들을 쳐다봤다.
숙희가 운진쪽을 손으로 가리키고는 그들과 떨어졌다.
서너명의 신사들이 운진에게 눈인사를 보내고 정문을 다 나갔다.
   "나가, 우리도. 세시까지 시간 있어."
숙희가 운진에게 손을 내밀며 한 말이다.
운진은 그녀의 손을 가볍게 쥐고 일어섰다. "브리핑은 잘 됐소?"
   "뭐, 거의..."
   숙희가 운진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미팅 내내 다른 게 화젯거리였지?"
   "말하자면?"
   "우디가 따라 와서 기다리는 거?"
   "흉?"
   "아니?" 
둘은 밖으로 나섰다.
   "미팅 할 게 없었던 모양이네요. 별 게 다 화젯거리인 걸 보니."
   "드문 일이래거든."
   "남자가 따라 와서 기다리는 게 드문 일이라... 그렇겠네요."
   "부러워하는 거지!" 숙희가 운진의 등을 가볍게 때렸다.
   "에잇! 다음에는 오지 말아야지!"
운진이 혼다 차의 문을 열며 한 말이다.
   "아무래도 이글에서 날 사려는 모양인데?" 숙희가 차 옆좌석에 앉으며 한 말이다.
운진은 못 들었는지 듣고도 마는 건지 대꾸를 안 했다.

   두 사람은 전에의 그 버거킹으로 갔다.
앞서 나간 세 남자가 이미 먹고 있으면서 이들에게 아는 체를 보내왔다.
   "가서 같이 앉을래면 앉아요. 난 따로 있을 테니."
   "아냐아! 그렇게까지 할 필요없어."
둘은 오다하는 줄에 끼어서 섰다.
   "근데, 회장이란 여자는..."
   "미팅에 있었지."
   "하긴 그런 여자가 이런 버거킹에 올 리가..."
   "빌딩 내의 까뻬떼리아에서 먹는가 봐. 그래서 다들 밖으로 나오는 거야."
   "하하하!"
   "여자가 키는 유태인 답게 작달막하고 똥똥한데, 포부가, 와아!... 와아다."
   "욕심이 지나치면 꼭 물리는데..."
   "근데, 유태인이라 계산이 아주... 한푼도 손해날 짓은 않지."
   "이번에도 또 뭘 팔아달랩니까?"
   "아니고. 끝끝내 미드-아틀랜팈 지방으로 공략하겠대. 거기에 돈이 많다고."
   "미드-엍을랜팈이면... 우리 사는 중동분데."
   "거기에 유에스 거번먼트가 밀집돼 있고 하니깐... 돈은 많지."
   "그래서 죄다들 디 씨로 모이는 모양이죠?"
   "꼭 디 씨일 필요는 없...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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