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숙희는 교회에 의무적으로 나가야 했다. 아니.
운진이 일요일 예배 시간 보다 두 시간이나 일찍 추렄을 몰고 나타났다.
"저거, 저거 그, 미스타 온가 하는 친구 아니냐!"
여태 가족 사이에서 침묵과 회피로 일삼던 한씨가 추렄을 내다보고 한 말이다.
"네."
"저 친구가 여길 어떻게 알고, 아니, 아니, 왜 왔어."
"저 교회 태워다 주러요."
"숙희, 너 교회 나가?"
"네."
"어디 교회!"
"메릴랜드 장로... 교회."
"아니, 집에서 아빠 엄마가 침례교회 나가는 거 알면서, 넌 왜 장로교회야."
"그게... 무슨 상관인데요?"
"무슨 상관은! 얘가, 얘가." 한씨는 그 쯤에서 마누라의 눈치를 본다.
그런데 공희모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너 저 자랑 연애질 하니? 둘이 벌써 잤어?"
"네?"
숙희는 그런 질문을 받았다는 것에 부끄럽다가 그만 맥이 탁 풀린다.
암만 술집 출신이라지만, 공희모는 입만 벌렸다 하면 쌍말이다. "그런 거 없습니다!"
숙희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아직 저 남자랑은 자기는 커녕 키쓰도 아직 안 했고 손 잡는 것은 부축해주고 부축받을 때 잡는 것이 고작이다. 그런 손잡음은 심장이 떨리는 그런 손잡음도 아니다.
그리고 그는 손을 잡고 부축해 주고 나면 즉시 손을 뗀다. 심지어 어떤 때는 그녀가 아직 몸의 중심을 못잡았는데도 손을 얼른 뗀다.
운진이 현관으로 달려왔다.
"미쓰 한. 뭐 도와드려요?"
그리고 그가 한씨와 공희모를 봤다. "아, 안녕하세요!"
그가 꾸뻑 인사했는데.
한씨는 큰기침만 하고.
공희모가 싹 돌아서서 가버렸다.
숙희는 눈물을 얼른 훔치고 그녀의 단화를 가리켰다.
"아, 네!"
운진이 얼른 한쪽 무릎을 꿇고 단화를 그녀 발 앞으로 나란히 놨다. "살짝 들어보세요."
숙희는 본의 아니게 운진의 등에 손을 짚고 발 하나를 들었다.
그가 구두를 그녀의 발에 끼우고는 살살 돌려서 신겼다. "와. 발 되게 크다."
"네?" 숙희는 저도 모르게 운진의 등을 가볍게 쳤다.
"여자분 발이 남자인 나 보다도 더 크다구요."
"내가 신을 거예요."
"아, 아!"
운진은 나머지 신도 신게 하고는 일어섰다.
한씨는 미스타 오한테 감정이 많다. 앜세사리 가게를 제 값도 못 받고 그냥 헐값에 미스타 오에게 빼앗겼는데, 그 자는 남에게 돈을 많이 받고 팔았다.
그런데 딸이 그 자랑 어울리고 교회도 같이 다닌다니.
"둘이 언제부터 같이 붙어 다니는 거야." 한씨의 입에서 나간 말이다.
숙희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
부부가 남자는 군대 말뚝 출신이고 여자는 술집 작부 출신이라 하지만 말을 골라서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집 부부는 일부러 나쁜 말을 골라서 상대의 가슴을 찌른다.
지금도 딸더러 둘이 같이 붙어 다닌다니.
그게 부친이 딸에게 할 말인가.
'둘이 언제부터 사귀는 사인인가? 몰랐네?'
그렇게 말하면 놀랍다는 뜻도 되고, 만일 반대를 할 요량이면 강조해서 듣는 이들로 하여금 조심하게 만들 수도 있다.
숙희가 운진을 놔두고 먼저 밖으로 나갔다.
운진은 한씨부부를 찬찬히 보고는 무슨 뜻에선지 고개를 끄떡끄떡했다. "두고 봅시다..."
'[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1x171 첫사랑 (0) | 2024.07.25 |
---|---|
17-10x170 (0) | 2024.07.25 |
17-8x168 (0) | 2024.07.25 |
17-7x167 (0) | 2024.07.25 |
17-6x166 (0) | 2024.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