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18-1x171 첫사랑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5. 01:30

첫사랑

   일요일에 교회가 끝난 후, 운진과 숙희 둘은 다른 길로 회사를 가보자고 해서 워싱톤 디 씨 시내의 그 수십개 신호등을 거치며 한도 끝도 없이 갔다. 
운진은 회사가 위치한 길을 찾고는 천상 벨트웨이 타고 돌아야 되겠군요 했다.
그는 일단 건물을 확인한 후 아는 길로 해서 돌아갔다.
그리고 월요일 숙희의 첫 출근은 운진이 미리 한바퀴 돌면서 길을 알아놨기 때문에 용의했다.
   "제가 어쩌면 화원에 가 있을 거예요."
   운진이 숙희의 내리는 것을 도와주고 한 말이다. "미리... 끝나시기 한 삼십분 전에 전화하세요. 그래야 안 기다리시죠."
   "네. 그럴께요. 고마와요. 그리고 미안해요."
   "어이, 시이. 전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미안해 하지 마세요."
   "제가 그 새 미스타 오하고 허물없는 사이가 되었나 봐요."
   "그거 아주 좋은 현상이죠. 덕분에 저는 미쓰 한이랑 아침 저녁으로 데이트 하고."
   "데이트. 그건 아닐..."
   "그 다리 빨리 안 나았으면 좋겠는데요."
   "네?"
   "헤헤헤!" 
그런데 이 날 숙희는 운진을 가볍게 안으며 그의 볼에다 쪽 소리나는 입술을 대주었다.
누가 보더라도 아주 자연스러운 광경이었다.
   운진의 몸이 딱 굳었다.

   운진은 추렄을 몰고 가면서 이 날 아침에는 그녀가 아예 엉덩이를 받쳐서 타게 하라고 쳐다본 것에 감격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그녀의 크고 단단한 엉덩이를 받쳐줘서 쉽게 올라타도록 했고.
이따가 저녁에 태우러 오면 또 한차례 그렇게 할 것에 미리 흥분한다.
운진은 숙희에게 말한 대로 화원으로 갔다.
   삼촌과 숙모가 한국 나갔다가 돌아온지 몇달이나 지났다고 도로 또 나가겠다는 것이다.
아예 영구 귀국하겠다는 것이다.
도저히 미국이란 나라가 적성에 안 맞는다는 것이다.
   "우리 혜정이는 죽어도 안 나간다 하니, 천상 또..."
운진은 천상 부모님이 집에 돌아오셔야 의논을 한다고 했다.
   "무슨 의논이냐. 그냥 니가 다 가져라." 
   삼촌 내외가 진저리를 쳤다. "아주, 미국 그 백인 애들 깡알거리는 거 자다가도 깬다."
   "저는 다른 계획이 있거든요."
   "무슨 계획. 그냥 꽃집 도로 가지라는데."
   "그거야 부모님이 삼촌하고 처리하실 일이구요. 전..."
   "뭐, 또 공부 계속하려구?"
   "아뇨."
   "뭔데에..."
   "기왕에 미국이란 큰 나라에 왔으니. 땅 넓은 거 구경도 할 겸, 견문도 넓힐 겸, 두루 돌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겪어 보려구요."
   "너도 낼모레면 삼십인데, 장가갈 생각은 안 하니?"
   "장가는 때가 되면 가 지겠죠. 그 전에 인생 경험 좀 쌓으려구요."
   "우리 못 나가게 하려고 그러는 건 아니구?"
   "아뇨. 화원은 정 뭐하시면 또 파세요."
   "그럼... 한 일년만 더 하고 있으라니?"
   "그러시다가 정들면 눌러 사시는 거죠."
무인은 마누라의 눈치를 봤다. "아니다. 우리 살던 집, 니네 줬고. 여기... 서 살림하는데..."
   "그럼, 삼촌, 울 아버지한테 돈 갚으세요. 그리고 나가세요."
   운진의 말투가 싹 바뀌었다. "저 화원, 손 떼겠습니다."
무인이 조카에게 민망해 하는데 그의 부인이 남편에게 눈을 흘겼다. 
쌤통이다 하듯이.
   "내가 니네 엄마랑 의논하리?" 숙모가 조카의 비위를 맞췄다.
   "차라리 숙모가 그러시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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