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가 엨스-레이를 찍어보러 가는 날.
운진이 추렄으로 와서는 숙희의 혼다 차를 운전하기로 했다.
숙희는 이제 거의 절룩거리지않는다.
그러나 아직 개스 페달을 밟기에는 힘이 떨어진다.
"변호사한테서는 아직 소식이 없어요?"
운진이 하늘 색 차를 운전하며 물은 말이다. "너무 오래 끄는데."
"며칠 전에 전화해 보니까, 힘 쓰고 있는 중이라고, 기다리라네요."
"그러니까요."
숙희의 다리 엨스-레이 결과는 며칠 후면 담당 의사에게 넘겨진다고.
운진은 전에 갔었던 그 화교 출신의 중국 음식점으로 차를 몰았다.
"오늘은 제가 낼께요." 숙희가 말했다.
"그러셔도 무방하구요."
"말미에 여운이 남네요?"
"아직 남았으니까요."
"어이구, 참 내." 숙희는 저도 모르게 사투리가 나왔다.
운진은 그 음식점에 자주 오는 손님인가.
벌써 주방장인 주인과 부인인 듯한 웨이추레스가 그를 반긴다.
"니 하오... 마?" 운진이 그런 말을 했다.
주방장이 큰 소리로 하하하 웃었다. "어서오시요오!"
여인이 종이 한장에 프린트 한 메뉴를 가져왔다.
"오늘은 뭘 드실 건가?"
그러다 그 여인이 숙희를 알아봤다. "아유우! 아주 오랫만에 오셨네?"
"어머. 절 기억하세요?"
"그럼요. 기억하고 말고요. 전에 오셔서 짬뽕 드셨지, 아마?"
"아, 네? 대단하시다아..."
"그 동안 이 분 혼자 친구랑 오셨다가, 가족이랑 오셨다가..."
"어떤 다른 여자두... 요?" 숙희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른다.
"으음?"
그 여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마 친구분의 여자였죠?"
운진은 숙희를 슥 보고는 픽 웃었다. "불심검문하십니까?"
"미스타 오를 경계하라는 말을 들어서요."
"누군지 그렇게 말한 사람을 경계하세요."
"호호. 약발 받으시네요?"
"에이, 안 되겠다. 오늘 아주 비싼 걸로 시켜야지."
"아직 제가 실직인데."
"그렇다면 더 비싼 걸로 시켜야지."
그 여인이 곧이곧대로 들었나.
우리 집에서 제일 비싸봐야 오향장육하고 팔보채 정식 하는 것이다.
숙희는 그 이름의 값을 보고는 정말 허걱 했다. "와아..."
운진이 킥 하고 한번 웃었다.
"걱정말고 시키세요. 여기 유산슬 하나하구요. 짬뽕 또 주세요."
"네에, 네!" 여인이 종이에다가 그들의 글자로 적었다.
"설마 데이트 하면서 여자분더러 돈 내라는 남자 있습니까?"
"데이트요?"
숙희가 메뉴 종이를 치우고 운진을 봤다. "우리 데이트 해요?"
"그럼, 뭐, 숙제 같이 해요?"
여인이 에구 난 일찌감치 피해야겠다 하며 가버렸다.
"뭐 이런 데이트가 있지? 병원에 엨스-레이 찍었으면서." 숙희는 메뉴를 다시 펼쳤다.
"다리만 다 나으세요."
"됐는데요?" 숙희는 메뉴 종이를 탁 소리냈다.
"밥 얻어 먹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