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이튿날도 그치지 않았다.
운진은 과수원의 문들을 모두 점검하고 화원으로 돌아왔다.
숙희가 소파에 앉은 채 통화를 하고 있다가 운진이 들어서자 수화기를 손으로 막았다. "회사야."
운진은 회사란 말을 듣자 또 화가 치밀었다. "내가 전화 올 거라고 그랬죠. 그래서요?"
"언제 나, 나올 수 있냐고."
"나한테 자꾸 묻지 말고 맘대로 해요, 네?"
운진이 돌아서서 나갔다.
숙희는 운진이란 남자가 왜 화를 자꾸 내는지 이해가 안 간다.
천상 여기를 떠야 하나...
그녀는 수화기를 귀에다 갖다 댔다. "I see you tomorrow, boss."
영진은 겨울로 접어 드는데, 까무잡잡한 얼굴을 하고 진희를 만나러 나왔다.
진희와 영진은 샤핑 몰 복도에서 포옹하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미스터 오는..."
진희가 말하다 말고 병선을 쳐다봤다. "나중에 만난다고..."
"운진씨한테... 여자 친구, 분이 있지 않나?"
"으응... 근데에."
진희가 병선을 또 봤다.
영진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 나 있지."
"응?"
"여권이 왜 5년짜린지 이제 알았어."
"왠데?"
"미국은 5년 되면 시민권 신청할 수 있잖아."
"근데?"
"이민 와서 5년 후에 시민권 따면 미국 여권으로 바꾸거든."
"으응... 근데?"
"내 여권이 이달로 끝나."
"5년이라구?"
"그러네에."
"그럼, 내 여권도 비슷하게 끝나겠다."
두 여자는 이제 재잘거리며 몰 건물 내의 비탈진 통로를 나란히 걷는다.
병선은 두 여자 뒤를 따르며 사촌형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너 해라 하고 심한 말을 던지던데...
내가 보기에도 미쓰 김은 지금 형숫깜하고 비교하면 아닌데.
병선은 두 여자를 몰의 출구 앞에다 세웠다. "차 가지고 오죠."
잠시 후 병선이 스테이숀웨곤을 몰고 와서 두 여인은 뒷자리에 탔다.
병선은 영진의 차가 세워진 곳까지 갔고 두 여인은 내렸다.
병선은 진희의 스테이숀웨곤을 몰고 영진의 차를 뒤따라서 그녀의 부모네가 하는 가게로 가야 했다.
영진은 따라 들어가려는 진희를 말렸다. "좀 기다려야 할지도 몰라."
그렇게 말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간 영진은 정말 나올 줄을 모른다.
병선과 진희가 차 안에서 얼마를 기다렸을까.
영진부가 나와서 스테이숀웨곤의 지붕을 탕탕 쳤다. "가라, 가! 그리고 다신 오지 마라!"
병선이 이런 시이 하고 움직이려는데, 진희가 차를 출발시키라고 손짓했다.
병선은 진희만 보고 차를 출발시켰다.
"영진이 아버지 가끔... 이상한 짓 하셔."
"무슨?"
"정신 나간 사람처럼. 갑자기 마누라도 못 알아보시고."
"또라인가, 아니면, 벌써부터 망령 났나아..."
"영진이 참 불쌍해."
"아니면, 갈 때가 다 되어서 그러나아..."
"운진씨한테 뭐라고 하지?"
"못 만났다고 할까, 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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