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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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9. 07:37

   내일은 나 볼 일이 있는 거 알지 하고 운진이 병선에게 말했는데.
병선의 눈이 숙희를 빠르게 훑고는 내가 지니랑 알아서 할께 성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병선이가 먼저 떠났다.
   "오늘 출혈이 많으셨네요."
운진이 숙희에게 추렄 문을 잡아 주면서 한 말이다.
   "늘 나도 사야 한다고 생각했었어."
운진이 실로 오랫만에 숙희의 엉덩이께를 받쳐 주었다.
숙희는 오랫만에 그의 손길을 느껴보는 것이었다.
   잠시 후 추렄이 숙희의 눈에 몹시 익숙한 길을 달린다.
   "이리로 가면..." 숙희가 어두운 밖을 살펴보며 한 말이다.
   "우리가 이 길을 다녔을 때만 해도 가슴이 참 설레였었어요."
   "..."
그 길은 숙희가 다 낫지 않은 다리로 일을 다닐 때, 운진이 아침 저녁으로 태워 가고 태워 오던 길.
가슴이 설레였었다는 운진의 과거형 표현이 숙희의 가슴을 때린다.
지금은 아니란 말인가.
나는 지금도 운진씨를 보면 가슴이 설레이는데.
추렄은 조금만 더 가면 그녀의 직장이 있는 거리 못미쳐서 우회전했다.
다시 벨트웨이로 나가는 것이다.
추렄이 벨트웨이 엨짙을 잡고 올라섰을 때, 앞 유리창에 비가 흩뿌리기 시작했다.
윈도우 와이퍼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양쪽으로 6차선 벨트웨이는 늦은 시간도 아닌데, 이 날 따라 차가 안 다닌다.
숙희는 유리창에 부서지는 물방울을 마냥 보기만 했다.

   그들이 화원에 도착했을 때, 비는 제법 세게 내렸다.
   "과수원으로 갈 거야? 거긴 잘 데가 없던데."
   "집으로 가야죠."
   "이렇게 비 오는 밤에, 나 무서운데."
운진이 앞을 한참 보다가 추렄의 발동을 껐다.
숙희는 내리라는 것인지 그가 같이 내리려는 것인지 분간이 안 되어 가만 있다.
그가 먼저 내려서는 숙희 쪽으로 돌아왔다.
숙희는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빗 속에 내렸다.
운진이 차 열쇠꾸러미를 척 골라서는 매장 문을 열었다.
삐이익~
알람 소리가 조그맣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얼른 들어오세요."
운진의 그 말에 숙희는 문 안으로 얼른 들어섰다.
그가 어둠 속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그가 맞은 편 벽에서 삑삑삑삑 소리를 냈고, 삐익 소리는 곧 그쳤다.
   비를 매장으로 해서 덜 맞자고 알람을 끈다...
숙희는 어둠이지만 안채로 들어가는 문을 향했다. "알람을 도로 켜?"
   "들어가 계세요." 그가 안채 문을 열었다.
숙희가 안채로 들어서자 운진이 벽을 더듬어서 불을 켰다. 그리고 그가 문을 닫았다.
그녀가 닫힌 문을 돌아다 봤을 때는 매장에서 삑삑삑 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때였다.
   운진은 밖으로 돌아서 안채 뒷문을 열쇠로 따고 들어왔다.
   어 하고 숙희는 할 말이 안 떠올랐다.
   "먼저 씻으세요. 전 집에 오늘 안 간다고 전화..."
   그가 부엌으로 들어갔다. "뭐, 요기 더 하시렵니까?"
숙희는 복도 중간에서 돌아섰다. "음... 아니."
   "녜." 운진은 이미 전화기를 잡았다.
숙희는 씻으러 들어간 사이 그가 가 버릴까 봐 마음이 안 놓였다.
그가 한 말들 중 정말 그만 둔 거 아니면 말하지 말라와 회사에서 전화 올 거라는 그 말 두 마디가 그녀에게 별로 존재치않는 양심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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