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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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0. 05:59

   진희가 영진네 집으로 전화를 거니 아무도 안 받는다. 
연이어 걸어 본 가게도 무응답.
진희는 사무실을 나와서 베이 에어리아로 아빠를 찾았다. "딴 말은 없었어, 아빠?"
   "그냥 널 찾았어."
   "근데 아무 데도 전화를 안 받지?"
   "무슨 일이 있냐?"
   "몰라아!"
   "근데!... 걔 도루 왔냐? 한국 나가서 안 들어 오는 것 같대더니?"
   "미스타 오가 비행기표 보내 줘서 벌써 왔어."
   "미스타 오?"
   "화원."
   "아아... 응?"
진희는 뭘 생각하다가 그 곳을 떠났다.
   같은 시각 남 캐롤라이나 주에서 숙희는 모텔 프론트 직원의 이상하게 보는 눈초리를 의식하며 사무실 라비의 각종 선전물을 뒤적거려서 혹 아파트 팜플렛이 있나 봤다.
모텔은 일단 본사 사무실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했다.
그녀는 이틀 정도 돌아다니며 아파트를 찾을 예정이고, 그 걸리는 기간 만큼 모텔과 장기 계약을 할 예정으로 값도 알아놓았다. 
하루치가 주중은 팔십불에서 주말은 백불인데, 일주일을 스트레이트로 예약하면 오백불.
그녀는 운진에게 전화해서 도착했다는 말을 할까 생각만 하다가 말았다.
그녀는 우선 두 군데의 아파트 팜플렛을 챙겼다.

   추수감사절 날.
운진은 모처럼 만에 온 식구가 칠면조 구이 앞에 모이는데 참석했다.
그의 누이가 미리 언질을 해 놓아서 그의 모친은 아들에게 '그 기집애'에 대해 말을 않는데.
그의 삼촌 내외가 오면서 정화가 같이 왔다.
운진은 순간 정화씨와 확 일 저질러 했다.
정화는 전처럼 부엌으로 곧장 들어갔다.
그녀는 어디서 배웠는지 칠면조 구이에 따르는 각종 반찬을 척척 차렸다. 브레드 푸딩, 매쉬 포테이토, 크랜베리 소스, 털키 그레이비 등등...
펑!
우선 샴페인이 터졌다.
샴페인은 삼촌이 주욱 돌렸다.
   "그래, 형님, 요새 뭐 하슈?" 
운진부가 처남에게 물은 말이다.
   "그로서리 나가."
   "아니, 그로서리를 하나 하지, 남의 그로서리를 나간단 말요?"
   "내가 하면 골치 아프잖아."
   "얼마나 받는데?"
   "일주일에 이백 구십불."
   "며칠 일 하구."
   "육일이지, 뭐."
   삼촌이 조카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꽃집은 잘 되냐?"
그런데 그 대답을 운진모 즉 그의 여동생이 한다. "걔, 일 벌렸수, 오빠."
   "왜?"
   "집에 돈 톡톡 털어서 과수원 샀수."
   "오오! 그 언덕 너머에 있는 거."
   "화원은 지 누나에게 주구."
그 때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운서가 들어섰다. 그 뒤로 애 둘이 들어왔다.
   "헤이! 써니, 마이끼!" 운진이 그제서야 말문을 열었다.
애 둘이 얼른 삼촌에게 와서는 하나는 다리에 하나는 등에 뭉개기 시작했다.
운서는 동생의 안색을 살피고는 부엌의 정화를 봤다. 설마...
그런데 정화의 분위기도 별로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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