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19-1x181 이별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0. 05:58

이별

   "그렇습니까?"
숙희가 피치 못해 전근을 가야 하게 생겼다고 말했을 때, 운진이 간단하게 대꾸한 말이다.
   "나한테는 그 길 밖에 선택이 없었어. 운진씨가 우리 일을 어떻게 알어."
   "그렇습니까아... 그 하시는 일이 그렇게 대단해요."
   운진의 눈 가에 싸늘한 냉소가 번졌다. "잘 가십시요."
낼모레가 미국의 추수감사절인데.
숙희는 가방 두 개를 혼다 차 뒤에다 싣고 남행 고속도로에 몸을 실었다.
그녀가 화원을 떠날 때, 그녀를 배웅해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 또한 혹시 운진이 과수원에 가 있나 하고 가 보지도 않았다.
   그 때 운진은 영진네 집 문을 노크하고 있었다.
그는 한참을 두드리다가 아무도 없다 단정짓고 돌아섰다.
영진이 새로 몰고 다닌다는 중고차는 물론 집 앞에 없다.
   천상 가게로 찾아가야겠구만!
운진은 걸어 나오면서 그 집을 뒤돌아 봤다. 혹시 움직이는 커튼 같은 것이 발견되나 하고.
그는 지금쯤 숙희가 떠났겠다 여기며 그렇다면 영진을 당당히 만나도 된다고 결심했다.
그가 찾아가 본 가게는 닫힌 상태였다.
그는 아무 공중전화로 강씨네 정비소로 전화를 걸었다.
   "어머! 저도 모르는데요, 왜 닫았는지?"
진희의 놀란 음성이 수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먼저 만나고 나서 또 만나 본 적이 없습니까?"
   "워낙에... 전화해 봤자 받을 사람도 없고... 가게는 갔다가는, 뭐."
   "그래요..."
운진은 실은 영진네 가게 문 밖 벽에 매달린 공중전화를 쓰고 있었다.
   "그럼, 지금 과수원 아니세요?"
   "아닌데요."
   "병선씨 일 빨리 마쳐야 한다고 그리로 갔는데."
   "아, 그래요. 알았습니다."
운진이 과수원으로 부지런히 돌아가니.
   "그 여자분, 아까아까 어딜 가시던데." 병선이 조심스레 한 말이다.
   "음, 그래."
운진은 그렇게만 대꾸하고 툴 파우치를 허리에 걸쳤다.
이제 그들은 드라이월 공사가 끝난 벽에 덧붙일 몰딩이나 선반 자리를 시작한다.

   영진부모네 가게는 다음날도 열려있지 않았다.
이번에는 진희가 부탁 받고 마치 희생타처럼 와 본 것이었다.
   "안 열었어요."
   진희가 그 공중전화로 운진과 통화를 한다. "무슨 일 일까요?"
   "수고스러우시겠지만, 집으로 가 봐 주실래요?"
   "그럴께요."
진희는 뱃속에서 운진의 아기가 자라고 있는 이유도 있지만, 겉으로도 운진의 부탁을 들어주는 일이 다른 무엇보다도 즐거운 것은 사실이다.
운진의 부드러운 것 같으면서도 강한 끼가 서린 음성을 듣는 것만으로도 좋다. 병선의 어눌한 척 하면서 깐족거리는 말투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진희는 영진의 집으로 가는 길에 부친의 정비소에 잠깐 들렀다.
   "너 어딜 그렇게 싸돌아 다니는 거야!" 그녀의 부친이 고함을 질렀다.
   "왜, 아빠! 왜 맨날 소릴 질러!" 진희도 제 아비에게 맞고함 쳤다.
   "니 친구가 아침 내내 전화했잖아!"
   "누구?"
   "누군 누구야! 영진이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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