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의 백인 세 놈이 경찰에 붙잡혀 가고.
모텔에서는 숙희의 방을 사무실 바로 옆으로 바꿔 주었고.
동시에 먼저 받은 방값을 환불해 주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숙희에게 아무런 느낌을 주지 않았다.
그녀가 지금 낙담해 있는 이유는...
숙희씨에게서 풍기는 그런 끼는 아마 서양놈들 눈에도 잘 보이는가 봅니다.
숙희씨에게서는 남자 경험이 아주 많은 그래서 웬만한 히야까시에도 쉽게 넘어가는 그런 끼가 다분히 보입니다.
그래서 그대는 직장 동료 남자들이나 상사들이 전혀 꺼리낌없이 동침을 물어보고.
심지어 낯선 동네에 갔는데도 동네 양아치들이 서슴없이 덤비는 겁니다!
그의 그 고함은 숙희가 세 놈과 싸운 것을 전화로 말했을 때 날아온 것이었다. "그래서 저는 숙희씨 몸에 손을 대기 싫었고, 나중에는 키쓰도 거부한 겁니다. 그대의 사촌 상훈이가 미친 놈이라서 사촌여자를 함부로 하려 했겠습니까? 그 중윈가 하는 작자도?"
숙희는 너무 억울해서 눈물도 안 나온다.
끝낼 때는 끝내더라도 왜 이런 식으로...
나를 마치 화냥끼 있는 여자로 몰아버리다니...
내 가슴을 최초로 만지고 지나간 남자의 손길이 자기인데.
내가 뭘 어쩌길래 남자들이 나를 함부로 봐도 된단 말인가.
하워드는 그녀가 레전씨 뱅크에 일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노골적으로 나왔었다.
나중에 변두리의 어떤 은행에서도 남자 텔러들이 아예 대놓고 원 나이트 스탠드를 원했다.
아이에프티씨에 근무를 시작했을 때 그녀의 직속 상관이 마치 옛날에 기생에게 하듯이 숙청 들면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요구했다.
어디 그것 뿐인가.
하워드는 이혼의 원인을 그녀에게 뒤집어 씌우며 합칠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게다가 김흥섭 중위는 운진더러 그가 그녀의 첫임자이고 너는 나중이라고...
"운진씨. 나는 키쓰도 운진씨가 처음이야."
"그렇습니까?"
"왜 내 말을 안 믿는 거야?"
"나만 그대의 말을 안 믿습니까?"
"내가 어떻게 해야 내 말을 믿어줄 거야?"
"아무리 잠결이라도 어떤 처녀가 옷을 훌렁훌렁 벗고 잡니까? 그것도 심하면 완전 나체로."
"그건 한의사가 왜라고 말..."
꾸뤀!
그녀의 심장을 얼리는 소리.
상대방이 통화를 콱 끊어버리는 소리.
술이 들어가면 이기질 못하니까 인사불성이 되지이...
한의 양반의 차근차근한 말이 들려온다. 그러니 누가 업어 가는지 뭘 하는지 알 도리가 없지.
숙희는 그녀가 과거에 누구랑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 마셔 본 적이 있나 더듬어 본다.
정 그렇다면 한국에서의 학창 시절에...
그 때는 동호회 같은 데서 막걸리 한 사발 정도 나누면 잠시만 얼떨떨하고 말았는데.
하지만 한국에 있었을 때는 절대 그런 적 없었어!
미국 오니까 미국 남자들이 오픈 사회라고 접근을 했지
랠프하고는 억지 키쓰 두어번이 고작.
'미국 와서 내가 언제 누구랑 졸도하도록 술을 마셨나?'
그녀는 지난 5년간의 미국 생활을 빠르게 더듬는다. '운진씨랑 마실 때 믿으니까 쓰러지도록 마셔 보긴 했는데, 그게... 그렇게 안 좋아 보인 거야?'
'내가 어쩌길래 화냥끼 있는 여자처럼 보여서 함부로 한다고...'
'운진씨야말로 내가 술에 취해서 쓰러지면 날 함부로 한 거 아냐?'
그녀는 흠칫 놀랬다. 과수원으로 그를 찾아가 술을 진탕 마셨는데, 이튿날 깨어나고 보니 화원 침대 위였고 그녀는 실로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나체였었다.
그 때 운진은 그녀가 옷 벗는 것을 보고 돌아서 갔다고 말했지만...
날 어찌어찌 갖고는 저렇게 나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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