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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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0. 06:01

   영진부는 일단 집으로 옮겨져 왔다.
병원에서는 이제 빌(bill)이 날아올 것이다. 그 때 가서 다달이 얼마씩 보내든가. 
아니면, 병원은 바로 콜렠숀으로 넘겨 버릴 것이다.
콜렠숀으로 넘어가면 다달이 보내는 것이 없어진다.
   "일을 못하는데..."
영진은 끌탕만 하고. 영진모는 울기만 한다.
   "가게를 일단 파셔야죠. 운영을 못 할 것 같으면."
그래서 그들의 가게는 물건값만 받고 남은 리스를 인계하는 조건으로 어느 이민 신참에게 팔렸다.
   그러다 보니 12월이다.
그 사이 숙희는 조용히 아파트를 얻어서 이사 들어갔다.
그녀에게 생겨난 버릇 한가지.
그녀는 이제 입을 딱 다물고 눈도 딱 내리뜨고 새롭게 배정 받은 사무실에 들어앉아 하루 종일 서류들과 씨름한다. 그녀는 다른 사원들과 말도 안 텄다.
그녀가 방을 나오는 것은 화장실 갈 때와 점심이나 혹은 간단한 요기를 할 때일 뿐, 그 외에는 책상 앞에 붙어 앉아서 일만 한다.
그녀는 주된 어카운트가 역시 이글 파이넨셜이고 그 외 군소 은행 여러 개를 받았다.
   그녀는 며칠을 망설이다가 이제는 방패용이 아닌 그리움 치료용으로 운진의 사진을 책상 위에 꺼내놓고 속으로 대화한다.
나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라고.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다녔길래 화냥끼 있는 여자로 다들 보느냐고.
   그녀는 이해가는 것 한 가지는 있다. '나는 정에 굶주린 여자라 나한테 조금만 잘 해주거나 관심을 기울여 주면 친해지고 싶어하는 경향은 있어.'
하지만.
   '그걸 잘못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나를 마치 헤푼 여자로 취급하는 건 용납 못 해.'

   그녀는 4 사분기 분석 결과를 마감 기일 보다 일주일 앞서서 제출했다.
그녀의 분석에서 이글 파이넨셜은 새해 안으로 다른 은행이나 기업을 어떻게 해 볼 능력이 없다라고 판정되어졌다. 
이유는...
   '간부들에게 보너스가 너무 지나치게 지불되었다'라고.
이글 파이넨셜은 발칵 뒤집어졌다. 
회사의 수익은 이 해도 줄어들었는데 중역들은 여전히 두툼한 보너스들을 받아서 챙긴 것이다.
새 회장은 이번 기회에 부친의 잔여 중역들을 몰아부치는데 성공했다. 그들을 부정 보너스 착취라는 이유로 직위를 박탈하고 참신한 두뇌들을 바로바로 앉혔다.
이글에서 쑤 앞으로 화환이 배달되어져 왔는데. 
그녀는 그것을 문전에서 되돌려 보냈다. Crazy and lame!
   와아! Tough!
그 소문을 들은 직원들의 표현이었다. 이글이 어떤 회사인데...
그런데 말썽이 생겼다.
화환은 되돌려 보내졌는데, 그것을 사서 보낸 이글의 회장은 그런 얘기를 못 들은 것이다. 
죠이가 참지 못하고 쑤에게 전화를 걸었고, 액수가 맘에 안 들더라도 성의로 봐 달라고 말했는데. 
정작 쑤는 그 화환 속에 어떤 형태의 지원금이 들어있었음을 몰랐던 것이다.
   연말이 되어 그 화환을 만든 꽃집 말고 그 화환을 배달 맡았던 회사가 경찰에 의해 조사받았다. 그리고 반납된 화환을 아무 데나 버리고 그 안에 꽂혀 있었던 봉투를 훔친 전 종업원이 수배되었다.
   '이런 걸 운진씨가 들으면 또 나를 뭐라 하겠지? 돌려 보낸 것이 잘못이었나?'
그녀는 이제 제 삼자 편에서 생각해 본다. 사람들은 화환을 받아 놓았다가 돈이 발견되었을 때 난리굿을 피우면서 되돌려 보내나?
그리고 남의 호의와 성의를 무시한 쑤의 처사에 이글 파이넨셜의 새 회장 죠이가 약간 삐쳤다. 
그녀의 입김 때문에 아이에프티씨가 꼼짝 못하고 쑤를 재고용해서 본사로까지 오게 했는데, 그 죠이가 삐쳤다.
그렇다면 운진의 말대로 이글 때문에 그녀가 복직된 것이 맞다면, 이글에서 쑤에 대해 시쿤둥하기 시작하면 그녀의 입지가 도로 곤란해지나.
쑤는 책상 위의 수화기를 수십 번 들었다 놨다.
그는 아무 말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내 스스로 몸으로 부딪쳐 가며 헤쳐 나가야 한다!
   내가 떠나올 때 쳐다도 안 본 사람을 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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