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19-5x185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0. 06:01

   운진이 대학 병원 건물 정문을 들어서니 영진이 중문칸에서 기다리고 섰다가 달겨들었다.
   "운진씨!"
   "영진씨!" 
두 사람은 일단 포옹부터 하고 떨어졌다.
   "어떻게 된 거예요? 무슨 일이예요?"
   "아빠가... 여기 말로 스트로크."
   "저런!"
   "반을 못 쓴대요."
   "어느 쪽이요."
영진이 잠시 생각하더니 왼팔을 움직였다. "이쪽이요."
   왼쪽이면 영구적인데.
운진은 일단 입구를 피하자고 영진을 대기실 쪽으로 밀었다. "정신은 깨어나셨구요?"
   "거동을 전혀 못 하셔요. 말도 못 하고."
   "저런!... 아니, 근데, 어쩌다 그러신 거예요?"
   "엄마랑 다투시다가 갑자기 목이 땡긴다더니..."
   "..."
   "저 땜에 두 분이 다투셨어요."
   "대체 뭘 어떻게 하잔 거예요?"
   "..."
   "저하고 얼굴 보는 게 그렇게 싫으시답니까?"
   "원래는... 제가 한국에서 들어오지 말았어야 했어요."
   "거기서 선 보고 시집 가라 했대매요."
   "선은... 봤는데요."
   "그랬어요."
   "남자가... 미국에 들어오고 싶은 구실만 찾는 인상이었어요."
   "허..."
   "첫 질문이, 얼마 만에 영주권 나오느녜요."
   "흥..."
   "미국 가서 그 동안 돈 많이 벌어놨느냐고 묻고."
   "허..."
   "오빠가 가만히 듣더니... 오빠 친구네 집으로 피신시켜 줬어요."
운진은 뭐라 더 연결시킬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가게는 계속 닫아만 놓을 거예요?"
   "그럼, 어떡해요. 아빠는 저렇구. 엄마는 말을 잃구. 저는..."
   "그럼, 가게를 딴 사람에게 팔던가 해야죠. 못 하겠으면."
   "이럴 때 오빠라도 있었으면..."
   "없는 사람 원망해 봐야 그게 그거구요. 그나저나 병원비는..."
   "보험도 없죠. 우선 집에 현찰로 보증금만 걸구... 병원비 못 대면 아마 오늘이라도 나가..."
영진모가 복도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오고 있다.
운진은 얼른 가보라고 턱짓하고 일단 돌아서서 안 마주치게 했다.
영진은 곧 모친과 함께 복도로 사라졌다.

   운진은 전화 회사에 연락해서 화원에다 새 번호를 더 받았다. 그리고 먼젓 번호는 매장용으로 그냥 놔 둔 채로 대신 안채는 벽에서 선을 뽑았다.
그는 새 번호를 집식구와 진희 그리고 영진에게만 가르쳐 주었다.
이제 숙희가 화원으로 전화를 걸어오면 그녀는 벨톤 가는 소리만 들을 뿐, 정작 화원의 전화기들은 침묵일 것이다. 건 사람은 싫증 날 때까지 벨 톤만 들을 것이다.
이어 과수원도 전화선을 빼 버렸다.
   아예 근절을 시켜 버려야 포기가 빠르지.
그는 숙희와 헤어지게 된 것이 제일 시원하다. 여자가 어디서 남 속이는 것만 알아서.
   '출신이 그러니 사는 것도 당연히 그러지. 남들이 바보냐?'
   이제 그나마 내 시야에서 떠났으니 맘껏 즐기며 살겠지.

'[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7x187  (0) 2024.07.10
19-6x186  (0) 2024.07.10
19-4x184  (0) 2024.07.10
19-3x183  (0) 2024.07.10
19-2x182  (0) 2024.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