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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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2. 12:28

   그 교회 성원들은 왁자지껄하며 주문대에 줄 맞춰 섰다.
거의 대부분이 노인네들이며, 젊은 여자가 두어명 끼었다.
   "휴. 다행히 없네."
   병선이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난, 또..."
   "아는 교회냐?"
   "저기... 나랑 헤어진 기집애네 교회... 또 김영진, 걔네 교회."
   "오오!"
   운진은 일부러 크게 끄떡였다. "근데! 어떻게 미쓰 강이랑 둘이 친구냐? 교회도 다른데?"
   "걔네 아버지들끼리 잘 아니까. 정비."
   "오오!"
교회 버스에서 내린 이들은 모두 사 가지고 나갔다.
운진은 밴 버스에 씌여진 글자들을 새삼스레 또 읽었다.
   저긴 침례교회네... 우린 장로교횐가 본데 침례교회는 또 뭐야.

   운진은 만나지는 여자 없이 여름을 지낸다.
돈 좀 모아지면 올 여름에는 진짜 바닷가를 가 봤으면 좋겠는데. 
삼촌네 가게에서 받는 돈은 집에 반찬값으로 내놓아야 한다. 
   부친이 무슨 망령으로 부인과 별거한다고 나가서는 위싱톤 디 씨 길거리의 벤더(vendor)도 흐지부지 하는 모양이다. 벌써 여러 달째 생활비를 안 들여놓는다.
그렇다고 이번엔 어디 새 여자 만나서 살림 차린 것도 아니고.
늦으막히 나가면 자리를 다 빼앗기고 차만 몰고 다니다가 만다고. 
남들은 좋은 자리 차지하려고 아예 차 안에서 잔다는데.
운진이 삼촌에게서 받는 쥐꼬리 만한 돈에 모친이 일주일에 4일 청소차를 타고 버는 돈으로는 집 전깃세 내고 식비 하고, 정말 빠뜻하다.
   "엄마. 아부지 하는 벤더를 내가 해볼까?"
   운진은 하루는 모친에게 그렇게 말했다. "학교 때려치고?"
   "아부지한테 말해보람."
   "삼춘네 꽃가게가... 점점 안 돼."
   "니가 잘못하는 거 아냐?" 
   "이젠 꽃두 피자처럼 배달을 해야 돼. 오는 손님 기다리는 시대는 지났다구. 근데, 엄마의 오빠 삼춘은 고집이 쎄더라구. 배달 할 차 살 돈이 어딨냐구." 
   "그 집도 나가는 돈이 많아서... 딸내미 대학 다니지. 그 기집애 씀씀이 크지."
   "혜정이 걔, 보조금 신청 안 해?"
   "모르지, 얘, 나는."
   "아니... 기가 차네. 나도 보조금 신청해서 책값까지 나오는데!"
   "가르쳐 줘, 그럼." 
   "에이, 놔둬. 지들 똑똑한데."
   "너, 학교 그만 둘라구?"
   "응. 돈이나 벌어야겠어."
   "병선이 하는 일은... 싫구? 너랑 일했으면 한다던데."
   "그, 비 오면 비 와서 일 못 해. 바람 세게 불면 바람 불어서 못 해. 겨울이면 아예 휴업이고. 봄 여름 한철 벌어서... 걔야 집이 잘 살고, 지 용돈만 벌면 되지만, 난, 우린 다르지, 엄마."
운진은 부친이 머문다는 데를 찾아갔다.
   "그럼, 나더러는 집에 들어가라구?"
운진은 부친을 만나 얘기하는 중이다. 
   "엄마한테 사과하세요."
   "넌 니 엄마를 몰라서 그러냐? 여편네가 어디서, 원!"
   "엄마도 새벽에 청소차 타기가 좋겠어요? 한국에서 생전 물빨래도 안 했는데."
   "그 때야..."
   "아부지도 생전 장사라고 아셨어요?"
   "그래서... 니가 하고, 나는 뭐하라구?"
   "엄마랑 청소차 타시든지... 쓸데없이 질투만 하실 게 아니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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