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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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2. 12:27

   운진은 헌금 바구니가 돌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아차! 했다. 
그래서 그는 옆에 앉은 병선에게 손을 내밀었다. "5불만 주라."
병선이가 헌금 바구니에다 십불짜리를 떨구면서 둘이라는 손짓을 했다.
운진은 소리 안 내고 웃으면서 사촌동생을 툭 건드렸다.
   이제 다들 일어서셔서 찬송가를...
   목사의 안내 방송이 귀가 따갑다. 주 예수를 찬양...
과앙~
올갠 소리가 천장을 울린다.
운진은 약간 발돋음을 해서 앞을 살펴봤다.
   강진희 저깄네! 진짜 반주자인가 보네?
운진은 속으로 웃었다. 깨끗한 척은! 완전 걸레가 성스러운 교회에서 찬송가 반주자시라...
   사람들은 몰라도 하나님은 아시지.
운진은 모르는 찬송가이지만 콩나물 대가리를 읽어가며 음을 바로 잡았다. 그의 바리톤 음성이 음정도 정확하게 주위를 울리기 시작했다.
병선이 음을 못 잡고 헤매다가 운진의 발성을 금방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앞에 선 어떤 일가족이 뒤를 돌아보고는 저들끼리 마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중간 반주에서 병선이 엄지 하나를 세워 보였다. 역시!
   "성 찬송가 부르는 거에 놀랬나 봐." 병선이 속삭인다고 했는데.
앞의 그들이 또 돌아다 보았다.
운진과 그 가족 중 젊은 부인네와 눈이 마주쳤다. 
이십대 후반이나 삼십대 초쯤. 얼굴 피부가 아주 고운 미인형이다.
운진은 아이를 중간에 놓고 건너뛴 남자를 눈 여겨봤다. 시커먼 게... 노가단가 보다.
그 여인이 또 돌아보고 운진과 눈이 마주쳤다.
이제 두번째 소절을 부를 차례에서 그 여인이 앞을 봤다.
   희한하네. 남편이겠지? 옆에다 두고 뒤를, 그것도 외간 남자를 아예 깨놓고 봐?
운진은 2절을 크게 부르면서 그 여인의 옆 얼굴을 계속 봤다. 보면 볼수록 이쁘네.
그 여인이 살짝 곁눈질로 뒤를 봤다.
병선이 팔꿈치로 운진을 툭 건드렸다.
운진은 그냥 고개를 끄떡여 주었다.

   예배가 끝나고, 운진은 병선과 교회 건물을 도망치듯 나왔다.
   "야, 십할. 미국 교포 사회 이상하다." 운진이 머스탱에 타면서 한 말이다.
   "특히 한 교회 내에서 불륜이 종종 있어, 성."
   "아까 그 부부, 너 아는 집이냐?"
   "남자새끼, 아마, 뉴 하우스 싸이딩 할 걸? 헬퍼?"
   "그래. 새카만이, 노가다 같더라."
   "근데, 여자는 아주 곱던데?"
   "글쎄말야. 괜히 아깝네."
   "아까우면 성이 꼬셔 봐."
   "유부년데, 야."
병선이 교회 주차장에 나가려고 신호를 기다린다.
운진은 아까 찬송가 부를 때 괜히 악보 볼 줄 아는 척 한 게 께름직하다.
병선이 차를 맼다널즈로 몰았다. "내가 살께, 성."
   "참! 너 오불 줘야지. 집에 가서 줄께."
   "주기는, 성! 대신 내가 두 배로 은혜 받지, 뭐."
   "으하하하!"
두 사촌이 맼다널즈로 마악 들어가려는데, 그 곳 주차장으로 어떤 한인 교회라고 페인트로 쓴 밴 버스가 들어왔다. 15인승은 충분히 될 크기의 밴이었다.
그 밴 버스를 보는 병선의 안색이 묘하게 변해갔다. "성. 잠깐만."
운진은 사촌동생이 끄는 대로 비켜섰다.
그 밴에서 사람들이 우루루 내려서는 패스트 푸드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운진은 밴 버스에 붓글씨로 잘 쓴 교회 이름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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