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일찍 병선이 정장 차림으로 사촌형네로 왔다.
운진은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
"아니, 둘이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어서 교회를 다 나간대?"
운진모가 조카에게 밥을 주며 한 말이다. "장가들 가고 싶어서 미리 얼굴 내미는 거야?"
"아이고, 이모도, 참!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희들이 우습게 되죠."
"뭐가아! 내가 니네들 속을 훤히 들여다 보고 있는데!"
운진은 삼년 전 이민 올 때 챙겨온 베이지색 양복에 안에는 빨강색 칼라없는 셔츠를 받쳐 입었다. 양복은 그 새 살이 불었나 바지 허리가 약간 끼었다.
"내 넼타이가 아주 구닥다리라."
"그렇게 입어두 성 멋있는데? 베이지랑 레드랑."
"긴 소매 입고 엄청 더울텐데, 그치?"
"내 차로 갈까, 성? 내 차 에어콘 틀고?"
"그 정도로 밖이 덥냐?"
"구십도, 성!"
"니네들, 교회로 바로 갈 거냐?" 운진모가 소리쳤다.
핑게 김에 두 사촌은 밖으로 달아났다. 아니면.
교회 가는 길에 또 어디다 내려달라. 아니면.
누구누구네 들러서 같이 태워가자는 부탁이...
두 사촌은 에어콘 없는 추렄을 놔두고 에어콘이 있는 스포츠 카에 탔다.
병선은 사촌형에게 뽐내려고 차를 아주 난폭하게 몰았다.
두 사촌이 교회 주차장에 들어서니 이미 많은 교인들이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병선이 차의 발동을 끄려다가 사촌 형을 만류했다. "잠깐만, 성!"
"왜."
"저기!"
병선이 어디를 턱으로 가리켰다. "쫌만 있다 들어가, 성."
운진은 사촌동생이 가리킨 쪽을 봤다. 그리고 그는 외삼촌을 발견했다.
그들이 외삼촌이라고 부르는 이는 키가 작달막한 데다가 갈짓자 걸음으로 이사람 저사람들로부터 인사를 받으려는 거만함이 멀리서도 보였다.
"삼춘이 이 차 아시잖아." 운진은 차에서 내리려했다.
"그래두 같이 들어가기 싫어. 쌍판때기도 보기 싫구."
"삼촌이 뭘 어떻게 했길래 웬수처럼 그러냐?"
"삼춘 집사될 때 울 엄마가 그랬거든. 오빠는 은혜도 안 받고 집사안수 받을 자격 없다구."
"흐흐흐! 니네 어머니 말 직선적으로 하시는 거, 뭐 있지."
"사실이잖아. 삼춘이 어떻게 어디서 싼 화원 하나 얻어 차려서 돈 좀 버니까, 왕년에 성네 집 맨날 와서 이모한테 뜯어가던 거 다 잊고, 체! 있는 체는."
병선이 차의 발동을 끄고 열쇠를 빼내었다.
그러자 시원했던 차 안이 순식간에 찜통이 되어갔다.
운진은 그 차의 길고 무거운 문을 열었다. "야, 야, 내리자! 덥다, 더워!"
"아니, 아직 본격적인 여름도 안 돼서 되게 덥네, 성!"
운진은 본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부친과 마주쳤다. "아부지."
"오, 너 왔니?" 그의 부친이 아들을 반갑게 대했다.
"녜!"
"엄마는?"
"모... 르... 우리 나올 때까지만 해도 집에 있었어요."
"니 누나는?"
"어제는... 같이 안... 오..."
"집안 망신 그게 혼자 다!..."
그의 부친이 흉보다가 아들과 나란히 서 있는 조카를 보고 돌아섰다.
운진은 사촌 병선에게 쓴 웃음을 보였다.
"누나... 살림 난 거 아냐, 성?"
"근데 하루가 멀다 하고 집에 오니까. 그러면, 그 작자 쫓아와서 양식 축내고 가고."
"으하하하! 성 말이 더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