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면접한 남자로부터 추후 연락한다는 말을 듣고 은행을 나섰다.
그녀는 어플리케이숀을 도로 달랠까 하다가 말았다. 그냥 찜찜한 기분이었다.
그녀는 어차피 바로 취직된 것도 아니고 해서 디 씨를 나와 죠지아 애브뉴를 찾아서 북쪽으로 타고 부친의 가게로 향했다.
부친의 악세사리 가게가 위치한 샤핑 센터는 차차 한인들의 장소로 변해간다고 했다.
처음 발 들여놓은 이가 바로 한씨.
그 다음이 세탁소.
그리고 양품점...
최근에 내부 수리가 시작된 한국식 식당 자리 등등.
이제 그 샤핑 센터는 외국인들이 차차 물러가고 코리안들이 들끓기 시작한다. 그래서 한씨의 가게가 차차 불경기에 접어드는 것이다. 즉 가짜 보석가게는 한인들에게 먹히지않는다. 한인들은 돈을 모아서 적어도 반 캐렛짜리 진짜 다이어몬드 귀걸이라도 하지 가짜 귀걸이나 목걸이를 하지않는다.
숙희는 부친에게 다른 종류의 악세사리 가게로 바꿔 보면 어떻겠느냐고, 즉 가짜 보석들 말고 의상에다 다는 악세사리 종류면 낫지 않겠느냐고 건의했다가 아무 것도 모르면 가게나 잘 보라는 부친의 야단을 맞고 맘이 떠난 것이다.
그녀는 가게에 들어서서 어이를 상실했다.
가게 안에 몇몇 외국 사람이 진열장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 부친이 없는 것이다. 아니.
화장실에라도 잠깐 들어가셨나 해서 가 보고는 거기에도 없음에 어이가 없는 것이다.
손님들 중 백인 남자 하나가 숙희에게 아는 체 하는 눈인사를 보내왔다.
아! 전에부터 가끔 들르던 손님...
숙희는 그가 이번에는 혼자 왔음에 묘한 추측이 들었다. 아니!
고모가 백인들은 절대로 믿지 말라고 했어! 내가 지나친 지레짐작이겠지만.
그가 백금처럼 만든 가짜 목걸이를 가리키더니.
[그 디자인을 진짜 백금으로 만들면 얼마일까요?]
그리고 그가 그것을 꺼내 달라고 했다. "Same design. (같은 디자인.)"
"I don't know. Let me ask my dad when he comes back. (몰라요. 내 아빠가 돌아오시면 물어볼께요.)"
그리고 숙희는 얄궂은 가짜 귀걸이를 사겠다는 다른 손님을 처리했다.
그러고 나서 한씨가 느릿느릿 걸어들어왔다.
"아빠, 어디 가셨었어요? 손님들만 있게 하고."
"어엉..."
숙희는 가짜를 진짜로 만들면 얼마이냐고 물은 손님을 설명했다.
"메이비... 텐 따우즌?"
한씨가 한눈을 찡끗하며 그 백인 손님에게 말했다. "노 쇼어."
숙희는 아빠의 브로큰 잉글리쉬가 그 손님에게 갑자기 창피하다.
"Really..." 그가 그 가짜 목걸이를 손가락에 걸치고는 숙희에게 견주어 본다.
숙희는 슬쩍 외면하며 다른 진열장으로 갔다. 아무래도 그 백인 사내가 쓸데없이 드나드는 것이 다른 데에 생각이 있다고, 그녀는 판단했다.
그녀의 지레짐작이랄까 그런 판단은 소위 그녀의 바람끼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그녀는 남자를 보면 이상하게 백인 남자들에게 끌린다.
그런데 파티에서 여자 친구라고 소개하면서 마실 것에다 최음제를 타는 인간도 있었다!
숙희는 지금 나간다면 그 자가 따라 붙으며 말을 걸 것 같다. "아빠, 나 뒤에 가서 좀 쉴래."
그녀는 뒤도 안 돌아보고 복도로 접어들었다.
그녀는 그 백인 사내의 말소리와 부친의 브로큰 잉글리쉬가 듣기 싫어서 방문을 닫았다.
그녀는 그 방의 창을 통해 그러니까 샤핑 센터의 뒤 공터를 내다봤다.
일단의 청소년들이 스케이트보드를 신나게 타고 있다.
"숙희야! 전화 받아라!"
한씨의 고함이 복도를 쩌렁 울렸다.
숙희는 책상 위에 잠시 엎드렸다가 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전화는 대나에게서 온 것이었는데.
그녀의 남자 친구 제레미가 들어간 컨설팅 회사에서 신규 사원을 모집한다고.
[펜실배니아로 돌아오기 싫으면, 중간 쯤에 방을 얻어서 나랑 같이 할래?]
대나는 이미 다른 곳의 면접을 통과했다고. "Jerry is now a manager. (제리는 벌써 매네저야.)"
숙희는 일단 어플리케이숀부터 얻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그녀는 어디로 할까 하고 망설이다가 부친의 집 주소를 불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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