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2-2x012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6. 27. 01:32

   "둘이 치고받고 아주 잘 노네?"
운서가 저녁을 만들어 주러 안채에 들어서며 하는 말이다.
운진은 바로 나가서 뒷뜰의 일꾼들에게로 돌아갔다.
숙희는 무안한 김에 씻으러 들어갔다.

숙희는 그 날 저녁 운서 언니에게 돈을 내밀었다가 적잖은 꾸중을 들었다. 
그렇게 바늘로 찌를 틈도 없이 세상을 사는 거 아니라고. "숙희는 내 동생을 알려면 아직도 멀었어."
   "..."
   "내 동생은 지 좋으면 가진 거 다 내놓고도 후회 안 하는 성품을 가졌어."
   "..."
   "그런가 하면, 이민 오기 전에 한국에서 둘이 죽자사자 하던 애인이 있었는데..."
운진에게 어떤 데모의 주동자로 지목되어 현상 수배가 내려졌을 때.
운서는 툭 하면 이문동으로 끌려가서 동생의 행방을 대라는 모진 고문을 받았고.
운진의 애인은 미행 당하는 것 하나로 운진에게 등을 돌렸다...
   "내 동생은 자수했지. 나 때문에..."
   "..."
   "그리고는 곧 소집영장을 받고 강원도로 떠났는데..."
   "..."
   "제대 후, 내 동생은 내 말 한마디를 죽고 못 사는, 지상 최대 명령으로 삼고 살은 반면, 나중에 지 애인이 찾아왔을 때, 시베리아 한파보다 더 춥게, 쌀쌀하게 대해서 쫓아 보냈지."
   "..."
   "그런 내 동생이 숙희에게 베푸는 정성을 보면... 운진이는 나한테 바치는 사죄의 충성 다음으로 숙희를 떠받들고 대해주는구나... 알지." 
   "..."
   "운진이한테, 이런 것을 신세라고 언급하면, 아마 몹시 분노할 거야."
   "..."
   "그리고, 기억할 거 한가지... 만일의 경우, 내 동생 운진이가 화내거나, 아닌 말로 삐치고 하면 건드리지 말고 가만 놔둬."
   "네?" 숙희는 비로소 입을 열었다.
   "쟤는 화났을 때 건드리면 더 삐뚜루 나가."
   "네?"
   "쟤가 화나서 난리 피우면, 가만 놔둬. 그러면, 지 혼자 어디 가서 분을 삭히고. 분이 가라앉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돌아와서 또 잘 해."
   "그게 얼마나 가요?"
   "뭐, 짧으면 하루. 길면 일년?"
   "네?"
   "아니면, 지 평생 안 보려고 등 돌리지."
   "네?"
   "몇 돼. 쟤가 평생 안 보려고 하는 사람."
   "어휴..."
   "그런데, 내가 보는 바... 숙희에게는 아닌 거 같애."
   "어휴. 다행이다."
   "숙희한테는 한번 목숨 건 상대에게는 죽을 때까지 목숨 거는 그런 거 같은데?"
   "어휴, 다행이네요."
   "그 대신... 쟤의 그런 상대가 실망을 주거나 하면... 평생 웬수 삼는 것도 알아둬."
   "그거... 힘들게 사는 거 아닌가..."
   "맞지. 하지만, 쟤는 평생 못 고치지. 천성이 그러니까."
   "문제 있네요..."
   "문제 있지. 그러니 숙희가 잘 조절하면서 살아 봐."
   "말을 잘... 안 듣는 것 같던데요."
   "졸라. 뭐 해 달라, 이렇게 해 달라 등등..."
   "제 성격상 그런 걸 잘 못해서..."
   "암시주면 눈 하나 깜짝 안 해. 직접 말하고 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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