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상사에게 보고서를 제출하며 이렇게 말한다.
[문젯점을 발견한 것 같은데, 내 실력이나 자리로 봐서는 감히 덤벼들 수준이 아닌데요?]
그러면 그녀의 상사가 반가히 받아서는 검토를 한다.
"Sue. Don't worry. Let me handle this. (쑤. 걱정하지마. 내가 알아서 할께.)" 그 상사가 여러 군데에 전화 시도를 하고, 그는 또 그의 상사에게 회의를 요청하고 등등...
그러한 문젯점들을 파헤쳐서 해결책을 찾아내면, 우선적으로 그 상사가 칭찬을 받고.
그러면 숙희에게는 조용히 포상 휴가가 내려진다.
그녀의 기지로 상사의 체면이 서고 신임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난 그런 게 적성에 안 맞어!"
숙희가 저녁을 먹으면서 운진에게 던진 투정이다. "머리 터지게 들여다 본 건 난데, 점수는 지들이 따잖아. 나는 끽 해야 이틀 유급 휴가나 주구."
그 날 운진은 밥만 뚝딱 먹고 도로 나갔다.
숙희는 내가 뭔 말을 잘못했나 하고 생각하며 빈 그릇들을 치웠다.
그 날 운진은 화원을 마치며 키쓰는 커녕 하다못해 굿 나잇 인사도 없이 가버렸다.
숙희는 그 날 운진의 태도를 놓고 내내 생각하다가 늦게 잠이 들었다.
숙희가 장비들의 소음에 눈이 번쩍 띄어진 때는 아침 여덟시였다.
어머나! 어머나!
숙희는 잠옷 바람으로 부지런히 출근 준비를 했다. 내가 늦잠 자면 깨워주더니...
숙희는 아침도 못 먹고 허둥지둥 출근길에 나서면서 운진을 찾아봤다.
운진은 어디에고 보이지 않았다.
뭐에 삐친 거야...
그녀는 다행히 출근에 그리 늦지 않았고, 마침 상사가 바로 출장을 떠나면서 그 날의 보고서를 다른 상사에게 제출하라는 연락이 안내에게 와 있었다.
숙희는 아침 내내 사무실에 틀어박혀서 전날 퍀스 들어온 것들만 뒤적거렸다.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운진의 돌변한 모습으로 꽉 찼다.
그녀는 점심 시간 때 화원으로 전화를 걸어보자고 수십번도 넘게 충동질만 하다 말았다.
"He's not coming with your lunch any more? It's been awhile. (그는 당신의 점심을 가지고 더 이상 오지 않네요? 좀 지났는데.)"
누가 그녀의 사무실 앞을 지나치다가 들여다 보고 던진 말이다. 그 층 전체의 전화를 이리저리 돌려주는 안내 여자이다.
숙희는 고개만 들어서 그 음성의 주인에게 손만 흔들어 보였다.
정말!
배달일 다닐 때까지는 나를 골고루 놀래줬는데.
그랬던 사람이 어제는 왜 갑자기 돌변했지?
숙희는 아침도 못 먹은데다가 점심도 건너뛰었다. 그녀는 끽 해야 맨 아랫층에 내려가서 벤딩 머신에서 케잌 하나 꺼낸 것이 다였다.
그 케잌도 먹다가 맛이 이상해서 보니 날짜가 지난 것이었다.
이걸 어디다 컴풀레인 하나...
숙희는 핑게 김이라고 화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럴 때 어떻게 컴플레인 하느냐고...
"그걸 꺼내기 전에 날짜가 안 보였나요?"
운진이 한참 만에 불려와서 던진 말이다.
"글씨가 하도 작아서..."
"그 빌딩에 벤더를 상대하는 누가 있을 겁니다. 거기다 말하시던지."
꾸뤀!
숙희는 한참 만에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녀는 그가 왜 갑자기 쌀쌀맞게 변했나를 저녁에 퇴근해서 알았다.
밑의 사원이 일을 잘 해서 상사가 칭찬받는 것을 질투하거나 싫어할 이유가 없다고.
"그럼으로써, 숙희씨는 그 상사의 총애를 받고 더 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밀어줄 겁니다. 그런게 싫어서 못 마땅해 하면, 점점 더 힘든 일을 시키고, 종래에 가서는..."
"남의 공을 가로채는..."
운진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거나 보쓰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남의 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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