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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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1. 07:50

   영진에게 오빠가 있다면서 하루 종일 집에만 쳐박혀 있어서 부모님의 속을 태우는데...
   미스타 오께서 절 잘 아는 사이라고, 오빠를, 좀, 친구로.
그래서 운진은 여자네 집으로 초대를 받아서 가야했다.
미국 생활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통상이므로 초대는 보통 토요일에 생겨난다.
운진은 대충 티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영진이 전화로 불러준 약도를 믿고 나섰다.
그녀의 부모네 집은 금새 찾을 수 있었다. 약간 부유층의 동네에 위치해 있었다.
   문을 연 이는 영진이었다.
몸의 윤곽을 잘 나타내 주는 긴 드레스를 하늘하늘 입고서 운진을 맞았다.
운진은 집 안에 들어서서야 아차! 했다.
그는 꽃을 만들어서 왔던 것이다.
혹시, 그러니까, 이 집 부모에게 선을 뵈러 온 건가?
영진이 꽃을 얼른 받아서는 코에 가져다 댔다.
   "이거 저 주실려고 직접 만드신 거죠."
   "녜."
영진이 홱 돌아서서 부엌으로 달려갔다. "엄마아! 여기 꽃 봐봐!"
곧 이어 키가 적당히 짤딸막한 부인네가 부엌에서 나타났다.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운진은 얼른 인사했다.
그 부인네가 일단 운진의 키가 맘에 드는 모양이다.
   "어서 와요."
   그 부인네가 운진을 찬찬히 살펴 보고는 응접실 쪽을 가리켰다. "얘!"
운진은 그 쪽 방향을 보고 남자를 발견했다.
   "아..." 운진은 인사하려다가 말았다. 
부친의 나이로 보이지 않는 남자였다.
그는 소파에 편하게 앉아서 통기타를 소리 안 나게 만지고 있다가 슥 외면하는 것이었다.
   젊은 놈이 우울증 환잔가?
운진은 그 쪽으로 가기가 멋쩍어서 다른 쪽을 살펴봤다.
그런데 영진이 쪼르르 나와서는 운진을 소파 쪽으로 이끌었다.
   "오빠. 내가 말한 미스타 오셔."
그제서야 그 자가 발을 탁자에서 내리고 엉거주춤 머리를 숙였다.
   "첨 뵙겠습니다." 운진은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가 일어서서는 기타를 움켜쥐고 가려했다.
운진은 그 기타의 상표부터 봤다. "깁슨이네요?"
그가 가려다가 멈췄다.
   "여기서 사셨습니까?"
   "예." 그의 표정이 뭐야 기타에 대해서 좀 알어 하는 교만이 흘렀다.
   "좋네요." 운진은 그제서야 소파에 앉았다.
영진이 제 오빠에게서 기타를 빼앗았다. 
   "어차피 나 기타 가르쳐 준다고 사달랜 거잖아!"
   영진이 기타를 운진에게 주었다. "치세요."
운진은 기타를 잡자 우선 C 코드부터 스르르릉 긁었다.
   "오! 줄이 틀리네?"
운진은 영진과 그녀의 오빠를 번갈아 봤다. 조율을 만져도 되겠는가 해서. 
영진이 핑게 김에 운진에게 바짝 다가 앉았다. "하세요. 내 꺼예요."
운진은 줄 여섯개의 조율을 금방 맞췄다. 그리고 A minor 코드를 긁어봤다.
   A minor 코드를 다섯칸 위에서 잡고 줄을 잘 튕기면 레드 제프린의 명곡 스테어웨이 투 헤븐을 시작할 수 있다. 운진은 거기서 코드를 잡고 오른손 손가락 다섯 개를 다 움직여서 그 곡의 시작을 베이스까지 치며 연주하기 시작했다.
   "어머어!" 
   영진이 손뼉을 쳤다. "나, 이 노래 알아요!"
그녀의 오빠가 앞에 와서 섰다. "기가 막히게 치시네? 시작 코드가 뭐죠?"
   "에이 마이나." 운진은 그를 흘끔 보며 말해 주었다.
수영은 좀 전의 태도를 버리고 운진의 손놀림을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보기 시작했다.
물론 감히 노래를 부른 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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