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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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1. 07:50

   "미스타 오 나랑 만나면서 내 친구 영진이 왜 만나요?"
   양품점 여자 진희가 앙탈을 부렸다. "영진이가 그러던데요? 꽃집에 놀러갔었다고."
   "친구랑 아는 남자니까, 부담없다 생각했나 보죠. 그리고 가르쳐 줬다며요?"
   "이상한 기집애네. 담에는 받아주지 마세요."
   "가르쳐 줬다데요?"
   "그냥, 미스타 오 뭐 하신대니 하고 묻길래, 꽃집 한대나 봐 잘 몰라 한 게 단데."
   "제가 일하는 꽃집을 정확히 알고 온 거 같던데요?"
   "누가 가르쳐 줬지? 나도 모르는 걸... 미스타 오가 영진이한테 따로 말했어요?"
   "이런!"
   운진은 어이가 없어졌다. "알았다!"
   "네?"
   "어이, 김 새! 어이, 재수없어. 내 이 자식을, 그냥!"
   "어머머?" 진희의 얼굴이 겁 때문에 빨개졌다.
   "사촌동생 놈이 김영진이란 여자에게는 아무래도 할 말이 없으니까 남인 내 얘기를 하면서... 흔히 자기 얘기를 못 하고 남의 얘기를 해서 말을 연결하려는 수줍음에서..."
   운진은 그렇잖아도 병선이 따지고 든 것이 걸렸었다. 
   제 입으로 이 여잘 워싱톤 걸레라고 하면서 새삼스레 훼방 놓으려는 거야. 
   아니면, 그 여잘 꼬실려고 또 들러리 세우는 거야.
그 날 둘은 밥만 먹고 헤어졌다.
   그 후 어느 토요일 저녁.
운진의 작은이모네서 조카들을 격려도 할 겸 몸보신 시켜준다고 음식을 차렸다.
그래서 운진도 일을 마치고 갔는데 그 이모네 집의 대학 다니는 사촌동생 필립이 운진을 변소로 불렀다.
   "성. 영진이랑 결혼할 거야?"
   "영진? 김영진?... 아니, 왜?"
   "영진이, 내가 만나려고 하는데."
   허!
운진은 술맛이 싹 달아났다. 친척이 많다 보니 여기저기 걸리네, 씨발!
   "김영진인 병선이가 찍은 거 같더라?"
운진은 그 말을 던지고 이모네 집을 바로 나와버렸다.

   월요일날.
운진이 꽃집 뒤 화원에서 내다 팔 꽃들을 자르고 있는데, 사촌여동생이 불렀다. 누가 앞에 찾아왔다고.
운진은 날도 뜨겁고 해서 짜증이 나 있던 참이다. "누구야!"
찾아왔다는 이는 영진이었다.
그녀는 날아갈 듯한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서서 땀이 흐르는 것을 손수건으로 딲고 있었다.
   "어? 웬일이세요?"
운진은 일단 그녀를 가게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시원한 가게 안에 들어서서야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선풍기 앞에서 손수건으로 부채질을 하며 입술로 휴 덥다 휴 덥다 하고 있었다.
   "미스타 오네 친척이 참 많으신가 봐요."
   "녜. 합치면 몇십명 됩니다." 운진은 일부러 공갈쳤다.
   "와아! 우리는 우리 식구가 단데."
   "적적하시겠네요."
   "네. 어떤 때는, 좀..."
   "..." 운진은 이 여자가 할 말을 미리 점쳐 보았다.
   "저기요, 미스타 오."
   "녜."
   "저, 필립이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예요. 필립이 그냥..."
운진은 사촌여동생을 눈으로 찾았다. "무슨... 말씀이신지."
   "필립은 나이도 어리구. 그리구 이번에 제가 추렌스퍼 하면 어차피 안 만나져요."
   "아, 녜에... 근데 제 사촌동생 필립은 적극적이던데요."
   "제가 누나라 해도 자꾸... 맞먹을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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