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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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2. 12:23

   운진은 이 집의 벽시계를 자꾸 봤다.
남의 집에 초면으로 와서 비데오를 본다는 게 좀 그렇다.
그는 아홉시를 땡땡 치는 것을 기회로 일어섰다.
   "내일 일 가야 하거든요."
물론 거짓말이었다.
   운진은 안주인에게 깊숙히 숙여서 인사했다. "오늘 잘 먹고 잘 놀다 갑니다."
가장 어르신네는 벌써 취침을 시작하셨다고.
영진이 얼른 따라 나섰다.
   "요 집 앞에까지만, 엄마. 아까 차를 가깝게 못 세웠대."
운진이 추렄을 집 가까이 안 댄 이유는 남의 집 앞에 똥차가 세워져 있다고 할까 봐 집과 집 사이의 빈 터에다 세웠던 것이다. 그렇지만 거기까지 걸어서 스무 발짝이나 될까.
영진이 해 넘어간 밖으로 먼저 나갔다. "해가 졌는데도 더워요, 그쵸."
   "이제부턴 뜨거워질 일만 남았으니까요."
수영이 문간에서 손을 들어 보였다. "조심해 가슈."
   "녜, 녜! 또 봅시다!"
   "거, 종종 만나서 기타 좀 배웠으... 면."
아마도 수영의 말은 모친에 의해서 끊어졌나 보다.
운진은 한발 정도 앞서 가는 영진의 뒷모습을 볼래야 본 것은 아니다.
그녀는 상반신은 가만히 가고 허리 아래만 좌우로 살랑살랑거리며 롱 드레스 자락이 양 옆으로 춤추며 찰랑거린다. 하반신이 짧은데도 여자라 이리저리 놀 골반은 있나 보다.
운진은 그녀의 엉덩이에서 할머니 팬티 자국을 발견하고는 얼른 눈길을 돌렸다.
완전 엉덩이를 다 덮은 팬티 자국이.
둘은 이제 어두워서 짙게만 보이는 추렄 옆에서 멈춰섰다.
   "오늘 초대해 주셔서 고맙구요. 나중에 시간... 나시면, 저녁 대접하겠습니다."
   "호호! 데이트... 신청하는 거예요?"
   "데이트라기 보단..."
   운진은 두 사촌동생이 걸린다. "보답은 해야죠."
   "네! 좋아요! 그럼, 언제요?"
   "주중엔 삼춘네 가게에서 일하니까, 힘들구... 다음 토요일?"
   "꽃가게가 항상 바빠요?"
   "아뇨. 늘 바쁘진 않죠... 그러다가 갑자기 주문이 들어오고..."
   "가게, 전화 하면 안 받으세요?"
   "뭐, 거의..."
   "먼저두 두번 하니까 여자가 받았거든요?"
   "아, 그래요. 근데요..."
   "네!"
   "제 사촌동생하고는..."
   "누구요. 필립이요?"
   "필립도 그렇고..."
   "필립은 어차피 가을부터 못 만나요. 제가 가을부터 칼리지 파크로 추렌스퍼 해요. 그리구요. 필립은 저보다 두살인가 아래고, 게다가 행동하고 말하는 게 어린애 같애요." 
   "걔가 집에서 외동아들로 자라갖고."
   "그리고... 다른 사춘은... 내가 말했는데요."
   "녜?"
   "그 때 한번 이후로는, 계속 만나고 싶지 않다고요."
   "아, 녜..."
   "그게 부담되시면... 저도 생각해 볼께요.'
   영진이 돌아섰다. "안녕히 가세요."
   "녜! 안녕히 계세요."
운진은 아쉬운 감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여겼다.
   여기 친척들 입을 어떻게 감당해. 천만에지!
운진은 다음 주 토요일 약속을 괜히 말했네 하고 뒤를 돌아다 봤다. 뭐 하자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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