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에게 이번 일주일은 후딱 지나갔다.
그는 토요일 저녁에 사촌동생 병선이가 놀러와서 술 먹으러 나가자는 것을 낚시로 잡아끌었다.
"이제 당분간 술은 좀 멀리해야겠다."
"성이?"
"토요일마다 계속 술 먹으니까, 일요일날 아무 것도 못해. 하루 종일 잠만 자고."
"그러면서 사는 거지, 뭐."
"야. 오늘 밤낚시 갔다가 고기 안 올라오면, 바로 오자."
"왜."
"교회 좀 나가보려구."
"우리 교회에 여자애들 얼마 없는데?"
"이런! 여자애들 있나없나 보러 교회 나가냐?"
"아니면, 시간 낭비지, 성!"
워싱톤 디 씨를 감싸고 도는 벨트웨이는 초저녁인데도 차량으로 밀린다.
"어디 또 사고났나, 씨발?"
병선이 추렄의 유리를 반 내렸던 것에서 마저 다 내렸다. "이 똥차는 파워 윈도우도 아냐."
"니 머스탱하고 같냐?"
"내 차 머스탱 한번 타볼래, 성?"
"봐서. 어디 얼마나 잘 나가나 보자."
병선이 담배를 피워 물었다. "성... 그 미쓰 킴하고는... 계속 만나?"
"미쓰 킴? 김영진? 으응, 안 만나!"
"미쓰 킴이 성 좋아하는 거 같던데?"
"사촌들하고 걸려서 곤란하다고 했어. 사실이구."
병선이 담배를 두어번 빨아들였다. "난 또 성이 우리 배반하구, 미쓰 킴을 형수로 맞아 들이나 했지."
"근데, 필립? 걔는 아니래더라."
"그 새끼! 사춘이지만, 내가 언제 작살낼 거야!"
"왜. 하지 마."
"좆만한 새끼가 사춘이라 봐주니까, 엠씨 다니는 게 어디 감투 쓴 줄 알고."
"어릴 때 와서 여기서만 자라니까, 아직 뭘 모르잖아."
"그런다구 지가 어메리칸이야?"
그 날 4번 도로를 끝까지 가서 만나는 물가에서의 낚시는 시작도 하기 전에 헛탕이었다. 워낙에 땡볕이 연일 계속되니까 바닷물이 속으로도 뜨뜻해져서 해파리들이 수면으로 떠오른 것이다.
해파리들이 수면을 얼음조각들 뜬 것처럼 가득 메우면, 게도 안 나오고, 물고기들이 다른 데로 갔거나 물 속으로 숨는다. 게다가 이 해 여름이 가물어서 수면도 많이 얕아졌다고.
그래서 운진과 병선은 추렄에서 내리지도 않고 되돌려서 귀가길에 올랐다.
병선이 이모네 집에서 자고 간다는 것을 운진이 추렄 안에서 미리 만류했다. "내일 교회에서 보자."
"갑자기 교회는! 성두, 참 내!"
"나 처음 나가는데, 너라도 만나져야 덜 서먹할 거 아니냐."
"나야, 뭐, 어쩌다. 무슨 먹는 행사 있을 때나 나가는... 사이비!"
"니네 엄마, 그러니까 이모가 집사신데, 조카들이 얼굴을 많이 내밀어야 체면이 서시지."
"그나저나 삼춘은 내가 언제 한번 할 꺼야!"
"넌 아무나 다 한번 할 거야 한번 할 거야 하냐?"
"미국 와서 언제부터 지들이 잘 살았다고! 한국에 있었을 땐, 성네 집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더니 미국 와서 조금 살 만하니까, 감히 울 엄마한테도 함부로 하고!"
"다 그런 거야."
"성네두 한국에서는 친척들 때문에 지긋지긋해 했잖아."
"에이, 뭐어... 서로 돕고 사는 거지."
"그래두 큰 이모부가 외갓집 다 먹여 살리셨다는데, 배은망덕들 하잖아."
"..."
운진은 이 새끼가 얘기를 어디로 끌고 가려고 헛소리를 하나 했다. "넌 누구한테 들었냐?"
병선이 시선을 차창 밖으로 얼른 보냈다.
"어른들 감정 섞인 말에 너무 연연해 하지 마라." 운진은 나무라듯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