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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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6. 27. 01:39

   이튿날.   
운진은 아침 새벽 일찍 화원이 바쁜 중에도 숙희를 추렄에 태우고 워싱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개 그림' 그려진 고속버스 터미널까지 가주었다.
   숙희는 지난 밤 운진의 설득에 넘어갔다. 어떤 기회가 오는 것 같으면 주저말고 발을 내딛는 거라고. 그래서 그녀는 고속버스로 열시간 걸리는 남 캐롤라이나 주의 샬롯(Charlotte)이라는 도시로 간다.
운진이 약간 큰 가방을 버스 짐칸에 실었다. 그리고 작은 손가방을 그녀에게 들려주었다.
그녀는 버스 터미널에서 아주 과감히 그와 키쓰를 했다.
밖에서는 손도 잘 안 잡으려는 그녀가 공공장소에서 남자와 키쓰를...
행운을 빌어주고 받는 키쓰였다.
숙희는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그녀는 용감하게 그에게 키쓰를 했다.
   '생리대는 지금 내가 준 손가방 속, 핑크색 손지갑 안에 들었소.'
운진이 숙희의 귀에다 속삭였다. '갈아입을 속내의는 큰 가방 속, 비닐 백에 들었고.'
숙희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그의 팔뚝을 툭 쳤다.
그렇다.
숙희는 자기의 몸을 늘 청결히 하기는 하는데, 주변정리가 철저하지 못하다. 심지어 씻고 나서 욕실 바닥에 벗어놓은 속내의도 안 치우는... 때로는 멘스를 실수해서 버린 팬티도.
그래서 같이 있는 동안 운진이 다 알아서 해주다 보니...
그녀가 출장을 가는데, 챙겨주기는 본의 아니게 운진이 그녀를 챙겨줘야 하는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화원으로 전화할께. 오늘 내일 거기 있을 거지?"
   "알았소."
   "잘 하고 올께."
숙희는 운진을 한번 더 안고나서 버스에 올랐다.
그 고가 아주 높은 고속버스는 이내 엔진 시동을 걸고는 탑승대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운진은 숙희가 서로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었음을 끝까지 다 보고 돌아섰다.

   운진은 바쁘게 보내다가 문득 매장의 벽시계를 봤다. 그리고 캐쉬대 옆에 놓인 전화기를 봤다.
   다섯시면... 도착할 때가 안 됐나?
   만일 거기서 마중을 나왔으면... 버스 터미널에서 얼마나 먼지는 몰라도 일단은 예약해 놓은 호텔로 갔을테고.
   미국애들이니까, 손님 대접한다고 레스토랑으로 바(bar)로 다닐텐데.
   숙희씨는 술이 들어가면 걷잡을 수 없이 돌아가는데...
그의 우려를 멀리서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처럼.
전화가 왔다.
   운진은 느낌에 조금 달리 들리는 벨소리에 수화기를 먼저 집었다. "헬로?"
   "응. 어째 바로 받네?"
   "그렇잖아도 지금쯤이면 도착했겠다 하는 중이요."
   "여기 샬로트? 샬롯?... 좋네."
   "그렇소?"
   "순 백인들만 있고. 건물들도 고전풍 서린 것들도 많고."
   "호텔이요?"
   "우선은... 회사로 와서 간부들 만나."
   "이 시간에? 오... 그럼, 숙희 보쓰란 사람은."
   "딴 방에서 회의 중이래."
   "그래요. 장시간 버스에 갇혀 가느라 힘들었겠소."
   "뭐... 경치 구경하고... 이 생각 저 생각 하다보니 다 왔어."
   "그래요."
   "참! 나 일단 여기 통성명 할 때, 수키라고 했어."
   "오... 좋네. 원래 이름과 비슷하고."
   "우디의 피앙세 수키. 어때? 우디와 수키." 
   "무슨 범죄 그뤂 명칭 같네요."
   "한탕 해?" 숙희가 제법 까불고 웃었다.
   "한탕 합시다! 굳 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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