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숙희는 보쓰가 예언한 대로 심지어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그 융자 회사의 회의실 하나를 빌어 대차대조표와 실질적인 손익을 구분하는 작업에 매달렸다.
그녀의 보쓰는 아예 넼타이를 느슨하게 하고, 소매도 걷어부치고, 서류들의 순서를 매겨서 넘겨주는 숙희에게 손만 내밀었다.
숙희는 서류를 간추릴 틈도 없이 그가 달리는 것들을 그의 손에다 얼른얼른 올려놨다.
숙희의 손가락은 계산기 두드리느라 아프던 손가락 뼈마디가 이젠 감각도 없다.
그녀가 계산기에서 뿜어내는 폭 이 인치 정도의 프린트 페이퍼가 테이블 너머로 마치 국수가 기계에서 쉬지않고 밀려나오듯 이리저리 돌아가며 쌓인다.
"웟 이이 갓(뭣 좀 찾았소)?" 그녀의 보쓰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숙희는 계산기를 두드리며 숫자가 나열된 페이지 하나를 넘겼다.
그가 그것을 받아서는 맨 밑으로 시선이 갔다.
"마이너스... 하우 마치?"
그의 눈이 재빠르게 회의실 벽 전체의 유리를 내다봤다.
아마도 혹시 이 회사 사람이 당장이라도 들어오면 곤란할 것처럼. [잘 하면 못 고쳐줄 병이겠군.]
[씨이오가 지난 두 해 동안 받아간 보상금(reward)을 보세요.]
[무슨 말이요?]
[회사는 적자인데, 씨이오는 계속 원하는 보상금을, 월급 외에 받을 수 있는 거예요?]
[그야... 오직 주주총회에서 부결해야 안 나갈텐데.]
[씨이오가 주식의 어느 퍼센트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표가 좌우되죠.]
[그럼, 우리의 작업이 이 회사의 씨이오를 치는?]
보쓰란 사내가 양손에 쥔 서류들을 내려놓았다. "We're screwed. (우리는 말썽에 빠졌네.)"
"There's only one way. (방법은 하나 뿐이죠.)"
[뭘까?]
[차라리 이 회사를 다른 데에 팔리게 권유...]
"쉬잇!"
수키의 보쓰가 문자적으로 손가락을 제 입에 갖다대고 소리냈다. [그걸 우리 본사에서 제안했다가 해약당한 것 아니요?]
"Then, how we got... this.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이것을 가지...)"
[내가 폐기될 파일을 혹시나 하고 당신에게 넘겼는데, 당신이 커다란 제안을 했잖소.]
"미?"
[아시아의 값싼 중장비를 들여오라고.]
"They declined. (그들이 거부했죠.)"
"They changed their minds. (생각을 바꿨지.)"
"So they wanted me?"
"But they cannot do it behind your back. (그러나 당신의 뒤에서 몰래 할 수는 없죠.)"
"Oh! They tried! (아! 그들은 시도했군요!)"
[여기 잠정 체어퍼슨 오브 더 보드가 우리를 초빙한 거요.]
"We helps him to kick CEO's butt. (씨이오의 방댕이를 차내도록 우리가 그-힘-를 도우는.)"
"Her."
"허?"
"It's... her. Daughter. (그녀이요. 딸.)"
[와우! 가족 전쟁!]
누가 유리 앞으로 지나가는 기척에 두 사람을 서류로 눈길을 얼른 내렸다.
숙희는 곁눈질로 누가 지나가나 눈여겨 봤다.
키가 아주 작달막하고 다리통이 무보다 더 통통하고 목이 딱 달라붙은 갈색 머리의 백인 여자가 어떤 남자와, 그러니까 숙희와 그녀의 보쓰를 안내한 무슨 부사장이라 하는 자와 같이 지나가다가 이쪽 방을 홱 돌아다 보는 것이다.
숙희는 머리야 이미 숙여져 있는 것이고, 눈 방향만 바로 했다.
딸이 아버지를 쫓아내려고 비리 사실을 캐는 작업을 외부인에게 청탁...
숙소도 샬롯에서 가장 비싸고 호화스러운 호텔로 잡아주었고.
아침 점심으로 벌써 입에 넣기만 해도 살살 녹는 고급 음식을 대접한다.
그렇다면 쫓겨날 죄목을 뒤지고 있는 외부 초빙 분석가들을 아버지 씨이오는 모른 척 하나.
"Unless he's blind and deaf. (그가 눈이 멀고 귀가 먹지 않은 한.)" 채프먼이 속삭였다.
"Are we going to be fine? (우리 괜찮을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