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4-2x032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6. 28. 12:50

   영란은 상을 다 차리고 나서 숙희를 똑바로 봤다.
   약혼녀라고?
영란의 눈에 척 들어오는 그녀의 특징은 훤칠한 키에 육감있는 몸매.
그녀가 음식을 종이 접시에 골고루 담아서는 소파로 돌아가서 오운진 옆에 착 앉는데. 둘이 나란히는 앉았지만, 내 눈은 못 속이지. 둘은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냐. 
숙희가 나물무침을 먹어보더니 제 입에서 나와 젓가락에 남은 것을 운진의 입에다 갖다댔다.
운진이 그것을 주저않고 받아 먹었다.
   '안 매워?' 여자가 조그맣게 물었다.
   '조금 맵네요. 매우면 먹지 말아요.' 남자가 여자의 접시에서 그 나물을 모두 가져갔다.
여자가 남자의 접시에 담긴 부침개 하나를 집었다.
운진이 그제서야 캔 맥주를 땄다.
그가 그것을 내미니 숙희가 받아서 입에 가져갔다.
운진이 두번째 캔을 또 땄다.
두 남녀는 딱 붙어 앉아서 음식과 맥주를 번갈아 하며 농구 게임을 봤다.
영아는 음식을 접시에 담아 와서 숙희 옆에 자연스레 앉아있다.
다이닝룸 식탁에는 이 집 어르신 최 장로와 마나님과 최영란이 앉았다.
영란이 미스타 오 방향을 슬쩍 훔쳐봤는데.
여자가 제 접시에 담긴 것 중에 뭐를 안 먹겠다고 젓가락으로 밀어내는 시늉을 했고.
남자가 그것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제 접시로 옮겼다.
그리고 여자가 남자의 접시에 담긴 것 중 뭐를 젓가락으로 가리켰고.
남자가 벌떡 일어나서는 다이닝룸 식탁으로 왔다.
그가 큰 접시에 더 있는 생선부침과 감자부침을 덜어가는 것이었다.
여자는 그가 가져다가 보이는 종이 접시에서 그것들을 집어먹는 것이었다. 
그렇게 친숙한 관계는 아니게 보이지만, 둘의 노는 꼴이 서로에게 무척 익숙한 동작들이다.
그리고.
둘은 말을 거의 안 한다. 
그것은 서로를 아주 잘 안다는 뜻일 것이다. 구태여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최 장로도 미스타 오와 여자를 관찰했다.
   딸이 그를 좋아하는 눈치이고, 최장로도 그가 맘에 썩 드는데.
   아주 오랫만에 교회를 나왔길래 저녁 초대를 했는데, 같이 온 여인이 약혼녀라...
그는 오 집사와 통화할 껀수를 구상한다. '아니, 아들한테 약혼녀가 있으면서 우리 딸 혼삿말 건네는데 관심있어 하오?'
   그렇게 말 던지면 반응이 제깍 나올 것이다.

영란은 방에 들어서서 분을 삭히느라 애쓴다.
   좀 전에 오운진이가 여자랑 떠났는데.
   그가 남들 보는 앞에서 감히 여자를 엉덩이를 받쳐줘서 추렄에 태웠다.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엉덩이를 맡긴 모습이었고.
   '그러니까 그 두 남녀는 엉덩이쯤은 서로 만지고 맡기는 사이다 이거지.'
영란은 침대에 가서 펄썩 앉았다. '그런데, 식구들 친척들 다 다른 교회로 가게 하더니 갑자기 오늘 여자를 데리고 왜 나타난 거야? 나는 왜 옛날 교회를 가고 싶었지?'
그녀는 겉옷을 천천히 풀어내기 시작했다.
   여자가 굉장히 교양있고 세련되었는데?
   직업이 있다면 여늬 시시껄렁한 점원 정도는 아닌 것 같애.
   아빠네 술가게 캐쉬 보는 나랑은 차이가 많이 나겠는데...
   먼젓번 키 작고 오밀조밀하게 생긴 여자랑은 또 어떻게 끝난 건가?
영란은 속이 휜히 들여다 보이는 속치마 바람으로 방을 나섰다. '쉽지 않겠는데?'
영아가 피아노를 치고 있다가 제 언니를 보고는 입을 손으로 가렸다.    
   기집애! 조그만 게 뭘 안다고 약을 올려!
영란은 동생에게 그냥 눈을 흘겨 주었다. "피아노를 치려거든 제대로 쳐라."
영란은 동생에게 그렇게 분풀이를 했다.
영아가 언니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언니, 팬티는?"
영란은 그제서야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속치마 안에 빤쓰를 안 입었음을 알았다.

'[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4-4x034  (0) 2024.06.28
4-3x033  (0) 2024.06.28
4-1x031 숙희의 선택  (0) 2024.06.28
3-10x030  (0) 2024.06.28
3-9x029  (0) 2024.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