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은 처음 얼맛동안은 옷도 안 벗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따라다녔다.
놀이기구는 무엇이든 겁이 나서 안 탔다.
운진과 사촌여동생이 롤러코스터에 오르면 짐을 지키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다가 영진은 더 뜨거워져서 물로 왔을 때 비로소 오기가 났다.
운동장 만한 스위밍 풀에는 수백명이 들어가 있나 보다.
그 물 속에서 첨벙대고 놀다가 어디서 사이렌 소리가 크게 울려퍼지면 사람들은 일제히 두 팔을 허공으로 치켜들고 환호성을 지른다.
사이렌 소리가 줄어듬과 동시에 풀장의 한쪽 끝에서부터 파도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그 파도는 바닷가의 파도를 방불케 하며 사람들은 바닷가에서처럼 파도를 탄다.
어느 새 운진은 수영복 바지 차림으로, 그의 사촌여동생 혜정은 보기에 아슬아슬한 비키니 차림으로 나타나서는 옷이 든 가방을 영진에게 맡기는 것이다.
"나도 할래요!"
영진은 비단 햇볕에 그을려서 발개진 얼굴이 아니다.
그녀가 화난 눈초리로 운진을 쳐다봤다. "나도 들어가고 싶어요!"
"그럼, 탈의실 가서 옷 갈아입고 와요."
"탈의실, 남자 여자 달라요?"
혜정이 손을 내밀었다. "언니, 나랑 가."
영진이 혜정의 손을 얼른 잡고는 운진을 흘겨봤다.
그 후, 원피스 수영복을 갈아입은 영진은 수영할 줄 모르다면서도 물 속에서 잘 놀았다.
그냥 물에서는 허리까지 차는 깊이에서 운진이 어디까지 헤엄쳐서 갔나 찾기놀이를 하다가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운진더러 빨리 오라고 난리쳤다.
파도가 성난 사자처럼 몰려오면 영진은 운진의 앞에 서서 두 팔을 번쩍 처든다.
그러면 운진이 그녀를 번쩍 들어서 파도가 그녀의 가슴 높이 정도로 치고 가게 한다. 그리고는 그는 여파에 잠수했다가 저만치서 떠오른다.
영진이 결국 코를 움켜쥐고 물 속에다 머리를 담그기도 했다.
그 후에는 혜정이 영진의 손을 잡고 물에서 뜨는 요령을 가르쳐 주었다.
그 후 운진이 영진의 배를 받쳐주고, 그녀는 두 손 두 발을 첨벙거렸다.
이제 그들은 클로랔스 냄새나는 몸을 샤워실에서 헹구고 겉옷을 갈아입었다.
운진은 일행의 젖은 옷들이 든 가방을 울러메고.
영진은 그 새 친해진 혜정과 손 잡고 앞장 서서 샌들을 타박타박거리며 걸어간다.
그들의 머리 위로 롤러코스터가 우르르릉 거리며 날아갔다.
처음에 운진과 여동생이 줄 서서 타 본 신형 롤러코스터.
영진이 그 차량들이 사라진 방향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전 타면 죽을 것 같애요."
그녀는 이제 얼굴이나 어깨가 빨갛다.
운진은 본의 아니게 혹 벗겨지려나 해서 그녀의 팔 살갗을 만져봤다.
"어머나!"
영진이 기겁을 하며 혜정에게로 달라붙었다. "날 왜 만져요?"
"언니, 그거 나중에 집에 가면 무지 아파."
"아퍼? 어떻게 아픈데?"
"오빠가 만져본 거는..."
혜정이 영진의 팔을 자세히 만졌다. "언니, 이거 나중에 다 벗겨진다?"
"벗겨져?" 영진이 운진의 눈치를 봤다.
"아까 오빠가 썬탠 로숀 바르라니까, 손 댈까 봐 싫다고 하더니. 언니, 나중에 그거 벗겨지면서 무지무지하게 아프다? 사람들 막 운다?"
"어휴."
영진이 제 팔을 문지르면서 운진의 눈치를 또 봤다. "바닷가도 아닌데..."
"오늘 구십구도라네요." 운진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혜정이 팔짝 뛰었다. "오늘 오길 참말 잘했다아, 응!"
그러나 영진은 운진의 눈치를 살피기에 바쁘다.
혜정이 영진을 놔두고 사촌오빠의 팔을 잡고 매달리며 갔다.
영진은 그들의 뒤를 부지런히 쫓으며 사촌끼리 저래도 되나 하고 눈을 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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