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시골에서 엄마랑 두 식구로 자라면서 아빠가 돈이 많고 자식 욕심이 많아서 서울과 장호원 두 집 살림을 하는 줄로 알았다.
남자들은 자식 욕심, 특히 아들 욕심 때문에 다른 부인을 갖는 줄로 알았다.
그래서 아빠의 두번째 부인도 딸을 낳았다는 것에 안심이 되었었다.
그래서 숙희는 아빠가 어쩌다 오면 반가워했다.
군복을 짝 다려서 입은 아빠의 모습은 숙희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게다가 아빠가 자고 가는 그 다음날 아침에 까만 승용차가 파리도 낙상할 정도로 윤을 내며 동네 골목에 세워져있으면 내다보고 좋아하곤 했다.
아빠, 차! 차!
아빠는 숙희에게 돈을 두둑히 주었다. 엄마랑 사이좋게 나눠 쓰라고.
숙희는 고등학교를 서울에서도 좋은 데로 합격했다.
그래서 작은집에서 기거하며 버스 한번으로 다니자고 아빠가 말했을 때, 숙희는 순순히 따랐다.
작은집 엄마는 숙희에게 전혀 말을 하지않았다.
숙희가 고등학교 2학년 올라갈 때, 그녀의 모친이 시골집을 처분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숙희는 친모의 셋방으로 옮겼다.
그녀의 친모는 곧 시장에서 일수 아줌마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숙희는 아빠의 명령 같은 청에 따라서 태권도 도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 때만 해도 가시나가 무슨 태권도냐고 할 시절이었는데, 도장의 주인겸 사범이 알고 보니 부친과 군대 동기라고 했고.
숙희를 특별대우 해주었다.
그러다가 숙희는 엄마와 아빠가 정식 부부가 아니란 것을 대학 들어갈 때 알았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엄마가 일일히 학교에다 수업비를 내줘서 몰랐는데...
대학 들어가서 군인 자녀로서의 등록금 혜택이 주어지지않았을 때 이상함을 알았다.
되려 첩의 집으로 여긴 공희네가 호적에 올려져있는 정식 부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쨌거나 숙희는 아빠가 하라는 대로 체육대에 특기생으로 뽑혀서 들어갔다.
체대에서도 부친의 명령 같은 청에 의해 ROTC를 받기 시작했고.
그 때 교관으로 만난 이가 바로 김흥섭 중위.
그는 현대는 남녀평등의 시대라고 홍일점이었던 숙희를 무자비하게 다루었다.
그 김흥섭 중위가 숙희를 신체적으로나 순결을 어떻게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때, 숙희는 남자는 절대 믿을 짐승이 아니고, 아마 그녀는 평생 결혼이란 것을 못 하리라고 자아최면에...
그것에는 부친이 소문난 바람쟁이란 것을 알게 된 이유도 있었고.
사촌 상훈이가 상경해서는 그녀를 정신적으로 괴롭힌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숙희는 일하다가도 옛일이 기억에 떠오르면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서 떨구었다.
나는 혼자 살 거다!
나에게 연애란 사치야.
그리고 남자란 것들은 모두 짐승이야. 여자의 몸만 노리는.
여자들이 바보인 줄 알아?
숙희는 옛 기억들로부터 달아나고 싶을 때마다 동료나 고객에게 한결 더 친절하게 굴었다.
그녀는 집에서도 공희모에게 그러니까 계모에게 깎듯히 대했다.
자연 그 집 식구들이 숙희에게 반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네가 그러니까 더 이상해서 그러잖니."
한날 한씨가 딸을 몰래 불러서 하는 말이다. "그 전처럼 무뚝뚝하게..."
숙희는 부친에게도 말 없이 미소로만 응수했다.
당신이 그러면 그럴수록 나에게는 남자에 대한 증오심과 불신감만 는답니다!
나를 공희네다 입적시켜서 이민 오게 해 준 것은... 고맙네요.
숙희는 은행이 일찍 닫는 토요일에도 일부러 늦게까지 남아 일했다.
그 때 당시 모두 배워야 하는 도스(DOS) 애플 컴퓨터를 빨리 터득하기 위한 욕심이었다.
그녀는 또한 한번 배운 것은 절대 안 잊어버리는 특성 때문에 잘 발전해 나갔다.
자연 그녀는 텔러들의 컴퓨터 작동을 지도하고 교정하는 자리까지 발전했다.
그녀는 수당이 조금씩 올라가는 재미를 즐겼다.
그녀의 페이쳌이 조금씩 늘어나니 공희모가 조금씩 달라져 갔다.
또한 그녀는 직장에서 그녀를 지켜보는 눈이 있음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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