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씨는 뉴 욬의 한국 도매 시장에 갔다가 준수하게 생긴 한 청년과 두번인가 마주쳤다.
두 군데 다 다른 곳인데, 그 청년은 물건을 척척 고르고 더러운 색의 핔엎 추렄에다가 실었다.
도매상 상인들과도 꽤 친숙한 듯 말도 턱턱 까며 흥정도 잘 하는 청년이었다.
"내가 안 찍는 물건은 쓰레기로 나간대매. 그니까 반값에 내놔."
그 청년이 그렇게 좀 싸가지 없이 말했는데, 상인이 못 이기는 체 하며 박스채 내놓는 것이다.
한씨는 젊은 사람이 장사 수완이 있나 보다고, 그리고 그 추렄이 메릴랜드에서 왔음을 알고는 그냥 흥미롭게 봤다. 그리고 딸이 괜찮을 것 같다고 동그라미를 그린 품목 외에도 그 청년이 집어간 것들 중 두 가지를 달래서 실었다.
한가지는 플래스팈 링이다.
상인의 설명에 의하면 요즘 키 길이 만한 셔츠가 유행인데. 그 긴 셔츠를 입으면 아래가 너풀대거나 걸치적거리고 해서 싫으니까 허리 정도에다가 그 링을 끼워서 언밸런스하게 입고 다닌다는 것.
한씨는 그 청년이 수십개 색색으로 사 간 것을 봤지만 자신이 없어서 열개만 집었다.
심지어 상인이 겨우 열개 가져다가 누구 코에 붙이시려고 하고 놀렸다.
또 한가지는 나비처럼 생긴 머리핀인데 움직이면 저절로 반짝반짝 거리는 것이다.
상인의 말에 의하면 엄마들이 주로 많이 사서 어린 딸들에게 해 준다는 것.
한씨는 그 청년이 있는 것을 싹쓸이해 간 것을 알았다.
"아까 그 젊은 친구 메릴랜드에서 온 모양인데, 자주 오우?" 한씨는 궁금한 것을 물었다.
전에는 아버지가 가끔 왔었는데, 최근 아들이 물려받고는 장사 수완이 좋아서 거의 매일 올라와서는 신제품만 나오면 아까처럼 쓸어다가 금새 팔고 또 온다고...
아마 새벽에 나가 장사하고 오후 일찍 거두면 곧바로 뉴 욬으로 올라오는 모양이라고...
그리고 그 청년이 히트 치고 나면 다른 벤더들이 몰려와서 달라 하는데 이미 짧은 유행이 지나간 뒤라 재고로 남을 거라고...
이튿날 한씨는 딸에게 말 한차례 들을 각오하고 플래스팈 링을 내놓았다.
"이렇게 하는 건가 보죠, 아빠?"
숙희는 그 링을 셔츠 깃에다 끼워보려고 했다. "잘 안 들어가네..."
"그걸 셔츠 자락에다 한단다."
"아아..."
숙희는 관심없어 하며 그 링을 진열장 안에다 던져 넣었다.
그 날 오후에 양품점에서 일하는 여자가 다른 여자와 같이 가위를 급히 빌리러 왔다.
"어머머! 영진아! 여기도 이거 있다, 얘! 미스타 오처럼."
그 여자가 친구의 어깨를 때리며 호들갑을 떨었다. "언니. 여기는 이거 얼마예요?"
숙희는 부친을 찾았다. 그까짓 링 얼마에 파느냐고.
"일불?" 한씨가 인심 쓰는 체 대답했다.
양품점 여자가 두 개를 집어갔다.
그리고 그 날 전혀 못 보던 여학생들이 와서는 그 링을 색깔도 관계없이 다 샀다.
더 없어요 하면서.
한씨는 딸에게는 말 못하고 속으로 끌탕을 했다.
그걸 한개 두개 그렇게 사지 않는구나.
어쩐지 그 젊은이는 밬스 채 산다 했지.
"그거 때문에 뉴 욬을 또 가요?"
숙희가 어이없어했다.
"얘, 숙희야. 가만! 아까 저 양품점에 일하는 기집애가 누구 어쩌고 했는데"
숙희는 부친을 말릴 틈도 없었다.
한씨는 문으로 내달았다. "집히는 게 있어서 그런다!"
한씨는 양품점으로 가서 일하는 여자를 찾았다.
혹시 그 링을 많이 파는 누구를 아느냐고.
"얘, 미스타 오 말하시나 봐." 진희가 말했다.
그러자 영진이 한씨에게 다소곳히 인사했다. "미스타 오 말씀하세요?"
"그 미스타 오란 청년이 똥색 추렄 몰고 다니나?" 한씨는 가슴이 울렁거렸다.
똥색 추렄?
두 여자가 마주 봤다.
"앞에 쉐보레 마크 단!" 한씨가 조바심에 소리쳤다.
진희의 고개가 녹슨 기계처럼 뻣뻣히 끄떡거렸다. "그... 럴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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