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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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2. 12:32

   영진은 그 미스터 오가 벤더하는 것을 들어서 안다고.
   "보이 프렌드 걸 프렌드는 아닌데요. 그냥..."
   영진은 처음 보는 아저씨가 별 걸 다 물어본다고 무안해 하면서도 또박또박 대답했다. "미스타 오한테 재고 있나 물어보라구요..."
   "지금 몇시야?" 양품점 여자가 두리번거렸다.
   "두시."
   "그럼, 미스타 오 벌써 뉴 욬으로 가고 있겠다."
   "내일은 안 나가는데..."
영진은 어르신이 말하는 것을 거절 못하고 미스타 오한테 말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진희는 영진이 미스터 오의 스케쥴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아 느낌이 좀 그랬다.

   이튿날 토요일, 영진은 용기내어 화원으로 갔다.
운진은 새카맣게 탄 윗통을 벗고 꽃밭에 물을 주고 있었다. 어. 미쓰 킴이 웬일로...
   "아, 안녕하세요. 오, 오랫만입니다."
영진은 사명감 지닌 사람처럼 비장해 보였다.
   둘은 밭 한복판의 원두막으로 올라갔다.
대기는 숨이 막히도록 더운데, 반층 정도 올라선 원두막으로는 바람이 불었다.
운진은 우물물에 담갔던 수박을 길어 올렸다.
그가 수박을 비닐 장판 바닥에다 놓고는 당수로 반을 쪼갰다. 
그 바람에 빨간물이 사방으로 튀고 영진의 옷에도 튀었다. "엇! 이런!"
   "앗! 차거!" 영진이 가슴으로 튄 물 때문에 깜짝 놀랬다.
그 수박물은 그녀가 입은 얇은 망사 셔츠를 스며들어갔다. 
그녀의 공갈처럼 큼지막한 브래지어가 반달처럼 노출되고.
운진은 수박을 두어번 더 쪼갰다.
영진은 좋게 받아들이기로 하고 수박을 받았다. 
   "오오! 찹네요?" 영진은 손에 물을 이리저리 딲았다.
   "저 우물물 길어서 등목하면 이가 시리죠."
   "그렇겠네요."
영진은 아까부터 미스타 오가 위에 뭣 좀 입어줬으면 한다.
남자가 윗통 벗은 것을 집에서도 본 적이 없는 그녀이다.
영진은 눈길이 자꾸 그의 가슴을 훔쳐보는 것을 어쩌지 못한다.
오빠 보다 가슴이 두 배는 큰가 보다. 
   "여기서 수박도 나요?"
영진의 그 말에 운진이 멀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영진은 고개를 끄떡여 주었다.
   "꽃을 치우고, 야채를 할까 하구요."
   "오오!..."
   "제일 쉬운 게 오이... 호박. 판로만 개척하면 그게 낫겠어요."
   "그럼, 지금 하시는 벤더는요?"
   "그걸 일주일에 사일만 하고... 주말에 여기 와서 농사를 지을까..."
   "삼춘이시라면서... 임자가."
   "어차피 삼춘은 할 식구가 없죠."
   "아아... 그럼, 전화 받는 여자 목소리는..."
   "사촌여동생인데, 걔도 할 리가 없죠."
   "그럼, 미스타 오가 안 하시면, 여기... 닫네요?"
   "사람을 써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돈, 인건비로 다 나가고 남는 게 없죠."
   "아아..."
   영진은 수박을 먹으면서 그 악세사리 가게 아저씨의 부탁 말이 도저히 안 나온다. 
   그 물건은 미스타 오가 뉴 욬까지 가서 떼 온 건데, 그걸 어떻게 달래...
만일 그런 부탁을 하면, 미스타 오는 상대가 영진이니까 들어줄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영진은 남의 부탁 때문에 그렇잖아도 가까워지기 힘든 미스타 오와 소원한 관계가 되지 않겠는지. 
영진은 친구 진희가 미스타 오와 무척 가까운 사이인 걸 짐작으로 안다.
영진은 물건에 대해서는 말도 못 꺼내보고 수박 잘 먹었단 말만 뒤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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